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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미스터K’ 하차 사태 이후의 시간을 “인생의 한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물론 그때는 힘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썼음에도 잘 되지 않은 것에는 나름의 뜻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때 신께서 ‘진짜 너의 것을 하라’는 메시지를 내게 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 감독을 대학로에서 만난 것은 그가 연출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개막한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7월 30일까지 대학로자유극장)다. 이 감독이 최진실, 박중훈 주연으로 1990년 발표해 흥행한 동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그룹 2PM 멤버 황찬성과 배우 김산호·이해준·김보미·이아영·신윤정 등이 출연한다.
이 감독은 이번 연극에 예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감독은 “실제로 제작에 참여한 부분은 많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감독으로 영화 작업을 할 때 외부에서 간섭을 받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이번 연극에서도 몇몇 아이디어만 냈을 뿐 작업에 개입하지는 않았다”며 “내 아이디어가 연극에 반영됐는지도 공연을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 연극으로 제작된 것은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가치플레이어스의 김주오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3년 전 김 대표와 연극 ‘날 보러와요’를 함께 본 이 감독은 술자리에서 흘러가듯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연극으로 올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기억한 김 대표가 연극 제작을 제안한 것이다. 이 감독은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소재이기에 무대에 올라갔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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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영화와 연극의 차이를 ‘시간’과 ‘공간’으로 설명했다. 영화가 시간의 예술이라면 연극은 공간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연극 중 기억에 남은 작품은 ‘노이즈 오프’다. 무대와 백스테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극이었다. 이 감독은 “만약 연극 연출을 하게 되면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미스터K’ 하차 이후에도 이 감독은 영화 작업을 놓지 않고 있었다. 현재는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신작 영화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연출했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보다 일상적인 내용의 영화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작업을 지켜보면서 얻은 자극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감독은 “한 달 가까이 리허설을 하는 연극의 시스템을 영화에도 적용하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는 TV 화면을 보다 잠시 고개를 돌려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요즘은 영화도 드라마와 비슷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드라마가 아닌 ‘진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본다. 자본으로 만든 상품이 아닌, 내가 생각한 ‘작품’으로서의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