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데스크의 눈]기업 생존 ‘덩치’보다 ‘능률’이다

이수곤 기자I 2016.04.14 06:00:00
1934년 세계를 놀라게한 기차가 있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출발한 ‘제퍼’ 란 이 기차는 일리노이주 시카고까지 이전에 걸리던 시간을 반 이상 단축해 13시간 5분만에 도착했다. 시간을 반이나 줄인 비결로 차량의 경량화도 있겠지만 기존 사각형 모양의 차체를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능률)화한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의 생존이 화두다. 오죽하면 국내 최고의 기업마저 올해 경영목표를 버티기라고 할 정도로 경영여건이 녹록치않다. 이미 중국이 7% 성장을 포기함으로써 세계경제 저성장 추세는 고착화되고있다. 미국등지서 일부 경기가 회복되고있다는 관측이 있으나 일과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같이 꽉막힌 상황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위해선 덩치 키우기보다는 ‘유선형(능률적) 조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덩치는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으로 일약 스타기업으로 도약한 기업은 주위에 의외로 많다.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마인드는 한국의 바둑 천재 이세돌과 대국기간동안 구글 주가를 무려 10조원 이상 올렸다. 아이폰 암호를 푼 이스라엘의 ‘셀레브라이트’는 지난달 말 이 회사의 일본 모기업인 ‘선 전자’의 주가를 배로 불렸다. 비록 대기업이 투자한 회사지만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원 100여명 정도의 아주 작은 기업이었다.

빨라진 기술혁신과 급변하는 소비자의 기호는 전통적 경제나 경영 원칙을 허물고있다. 이른바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 먹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능률적인 조직의 빠름이 대기업의 덩치를 극복할 수 있게된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더 이상 외형을 키우기위한 문어발 식의 경영은 설자리를 잃게됐다.

과거 금융 시스템이 일천할 때 여러 기업을 키우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상대적으로 당장 돈이 안나오는 미래사업에 올인하는 데 유리했던 선단식 경영 체제는 이젠 오히려 지속 성장에 거추장 스러울 수 있다. 요즘 같이 직접 금융이 발달되고 저금리 상황에선 아이템과 비전만 있으면 자금 조달은 그렇게 어렵지않다.

무엇보다 미래 산업구조가 단순 제조보단 모바일 플랫폼이나 SW, 콘텐츠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조직에서의 유연성과 경영판단에서의 스피드가 핵심 요소가 되고있다. 공룡이 멸종된 이유가 너무 비대해진 신체를 자신의 뇌가 통제 할 수 없게됐기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덩치가 클수록 움직임은 둔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GE는 가전업을 포기했고 도요타 자동차는 이달 중순부터 회사내에 제품과 기술분야별로 7개의 사내 ‘컴퍼니’를 만들고 小사장을 임명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도요타의 이런 도전은 조직을 세분화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상품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른바 대기업병을 치유하기위한 고육책이다.

한국기업들도 일부에서 비 핵심 사업들을 내다팔고 사내 문화를 스타트업 같이 빠른 조직으로 변모시키고있지만 그 폭이나 깊이는 만족스러울 정도는 못된다. 철강, 조선이나 유화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까지 공급과잉이고 세계경기마저 하강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과거 체제나 경영 습관에 기대며 한국 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기업들도 적지않다. 업황이 계속 고꾸라지는데도 무모하게 생산량을 고수한다거나 언제올 지 모를 호황을 기다리며 대책없이 옛날 덩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기업들은 불안불안하다.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샤프가 속절없이 무너지듯이 과거 영화에 도취되거나 미리 외부 경쟁여건에 맞게 조직을 능률화시키지않으면 우리 대기업도 ‘훅’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꼭 다운사이징(축소)가 아니더라도 엄중한 상황 및 시장 여건에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제퍼’ 기차처럼 조직을 유선형화 시켜야 한국 산업이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이수곤 소비자생활부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