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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습니다]낭만의 계절?…환경미화원은 '낙엽과의 전쟁중'

김성훈 기자I 2017.11.15 06:30:00

송파구청 일일 환경미화원…'낙엽제거' 체험
1인당 하루 1.8㎞ 낙엽 수거…하루새 '제자리'
'모아놓은 낙엽 차지 말아달라' 당부도
서울서 한해 9000t 낙엽수거…재활용 '관건'

본지 김성훈 기자(가운데)가 14일 서울 송파구 아시아 공원에서 송파구 소속 환경미화원들과 낙엽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송파구청)
이데일리에서는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부 기자들이 다양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해봤습니다’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낭만의 대상이 누군가에겐 중노동의 시작이었다.

14일 오전 서울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 3번 출구 앞 아시아 공원. 전날 내린 비로 물기를 머금은 거리 위에 은행나뭇잎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출근길 시민들과 등교길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춰 선채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같은 시각 현장에 나온 송파구청 자원순환과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어제 쓸어 놓은 거리가 비에 바람에 날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환경미화원 업무만 수십년째인 베테랑들이지만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쌓이는 낙엽들에 이들은 말을 잃었다.

◇하루 1.8㎞ 낙엽 수거…“모아놓은 낙엽, 차지 마세요”

쌀쌀한 날씨를 막아줄 형광색 근무복에 노란 작업용 장갑, 흰색 안전모를 쓰고 거리로 나섰다. 현장에 나온 환경미화원 한 분이 싸리 빗자루를 건넸다. “플라스틱 빗자루는 비가 온 다음날에는 잘 안 쓸립니다. (싸리 빗자루가) 훨씬 좋아요.”

군복무 시절을 제초·제설 작업으로 보낸 터라 낙엽쯤이야 했다. 그러나 낙엽은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끝없는 빗자루질을 강요했다. 한 무더기를 모아 놓으면 세찬 가을바람이 온전히 나무에 매달려 은행잎들을 떼내 일거리로 던져줬다.

계속 헛손질을 하자 올해로 경력 27년 차인 환경미화원 김기성(60)씨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베테랑의 솜씨는 달랐다. 동네 낙엽을 모두 쓸어버리겠노라는 호기는 사라지고 환갑을 앞둔 고참 미화원의 빗자루질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송파구청 환경미화원 1인당 하루 낙엽제거 작업량은 1.8㎞(거리 기준)다. 주택가 골목은 별도다. 송파구청 소속 103명 환경미화원들이 날마다 낙엽 제거에 나서지만 힘에 부치는 이유다.

환경미화원 원진희(56)씨는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낙엽제거가 이어지다 보니 팔과 허리에 파스를 달고 사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감정 노동에도 시달린다. 김씨는 “쌓아놓은 낙엽을 발로 차고 가거나 ‘왜 우리 집 앞을 치우지 않느냐’며 따지는 시민들도 있다”며 “감정적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원씨는 “눈이 오면 제설 작업에 나서는데 그날은 밤낮 할 것 없이 일을 해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본지 김성훈 기자(가운데)가 14일 서울 송파구 아시아 공원에서 송파구 소속 환경미화원들과 낙엽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송파구청)
◇서울시 작년 9444t 낙엽수거…퇴비로 재활용도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에서 거둬들인 낙엽은 총 9444톤(t)에 이른다. 대한민국 해군 최초 함대 방공 구축함인 충무공이순신함 무게(4500t)의 두 배가 넘는다. .

수거한 낙엽은 늘 골칫거리다. 전체 낙엽 가운데 재활용 비율은 4760t(4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소각(33%)하거나 매립(20%)한다.

송파구는 지난 2012년부터 남이섬 중앙에 늘어선 1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송파 은행길’이라는 이름으로 은행잎 20t을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500여t은 전국 농가에 특용작물의 보온재나 친환경 농사용 퇴비로 제공한다. 매일 수거한 낙엽에서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추가로 거치는 이유다.

마포구도 300t 가까운 낙엽을 친환경 농장에 퇴비 재료로 제공하고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폐기물 처리 단가(올해 기준)에 따르면 낙엽 1t당 처리 비용은 2만 9990원으로 100톤을 재활용 했을 경우 약 3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마포구 측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마다 수거하는 낙엽량이 적지 않다보니 이를 뒷받침할 인원 구성과 소각·매립 비율을 줄이는 낙엽 재활용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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