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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월가 대형은행 유동성자산 추가규제 시사

이정훈 기자I 2014.09.10 11:36:57

타룰로 이사 "단기 유동성 확보 은행엔 자본부과 확대"
대형 은행권 압박 커질듯..뉴욕증시 은행주 `추락`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월가 대형 은행들에게 국제 기준보다 강한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을 적용하기로 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들 은행들이 어떻게 고(高)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추가 규제에 나서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
연준에서 규제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대니얼 타룰로 이사는 9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 “월가 대형 은행들은 국제기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추가 자본부과(capital surcharges)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일부 대형 은행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연준은 월가 대형 은행들의 `대마불사`(too-big-to-fail)를 끊고 금융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이 앞으로 극심한 신용경색 하에서도 최소 30일간을 버틸 수 있도록 시장에서 팔기 쉬운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도록 하는 LCR 계획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은행들은 1000억달러(약 101조8600억원) 정도의 고(高) 유동성 자산을 더 확보해야할 판이다.

LCR 산정에 포함되는 고 유동성 자산에는 은행들이 연준에 맡기는 지급준비금과 미국 국채 등이 포함된다. 결국 대형 은행들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위험자산을 처분해 미 국채 등으로 1000억달러 이상 갈아타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타룰로 이사는 “만약 이를 위해 은행들이 손쉽게 위험성 있는 단기자금을 조달해 유동성을 높이려 한다면 (LCR 계획안)보다 더 많은 자본부과를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연준은 은행들이 은행채 등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기보다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증자 등을 통하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아예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대신 이 돈을 현금화해 기업과 가계 등에 대출하는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투자사인 키프, 브루옛 앤 우즈는 이날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변화는 일부 은행들에게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펌인 도시 앤 휘트니에서 규제업무를 담당하는 조셉 린야크 변호사도 “이같은 연준의 행보는 대형 은행들이 소형화되는 쪽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은행들도 덩치를 줄이거나 일부 위험 사업을 매각하는 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가 각각 1.2%, 1.8% 하락하는 등 금융주가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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