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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70년] 우리 문학 속 제주4·3

이정현 기자I 2018.03.23 0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군인들은 총구로 찌르고 개머리판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사람들은 휘둘러대는 개머리판이 무서워 엉금엉금 기어갔다.… 뒤처지는 사람들에게는 뒤꿈치에다 대고 총을 쏘아댔다.… 우리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나면 얼마 없어 일제사격 총소리가 콩 볶듯이 일어나곤 했다. 통곡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현기영 작가가 ‘제주4·3사건(이하 제주4·3)을 소재로 쓴 소설 ‘순이 삼촌’의 일부분이다. 공권력이 제주 빨치산을 무력 진압의 와중에 애궂은 민간인이 학살당한 장면을 담담한 문체로 썼다. 오랫동안 감춰져있던 제주4·3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탄압과 핍박에도 우리 문학인들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의 잔혹함을 세상에 처음 알린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부터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 김석범 작가의 ‘화산도’까지. 제주4·3사건은 우리 문학 속에서 살아 꿈틀댔다.

△순이 삼촌

단편 ‘순이 삼촌’은 문학계에 오랜 금기였던 제주4·3을 조명했다. 학살의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순이 삼촌의 이야기를 담았다. 1979년에 처음 빛을 보았는데 발간하자마자 금서로 지정됐으며 작가는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현 작가는 제주도 출신으로 ‘순이 삼촌’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일어난 비극의 역사를 담은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 타는 섬’ 등을 썼다. 제주의 현대사를 쓰는 대표적인 문학인으로 꼽힌다.

△한라산

이산하 시인이 쓴 장편서사시 ‘한라산’은 1987년 사회과학지인 ‘녹두서평’ 창간호에 실렸다. 제주 4·3사건을 공론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민주화 운동으로 위기에 몰린 군사정권은 “4·3제주폭동을 민중혁명봉기로 미화하는 등 용공 활동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시인을 구속했다. 시인은 이듬해 유명 작가 수전 손탁의 국제 구명 운동으로 풀려났다. 2003년 시학사에서 다시 출간했다. 절판했으나 현재 온라인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복간을 추진 중이다.

△화산도

1948년 제주 4·3이 발생하기 직전부터 제주 빨치산의 무장봉기가 완전히 진압된 1949년까지 혼란한 시기를 다뤘다. 저자는 오사카 출신으로 일본으로 도망쳐 온 친척으로부터 4·3의 참혹함을 들은 후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소설은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민중의 슬픈 역사를 애도하는 장중한 진혼곡이며 야만적인 폭력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존엄 평화를 외친다. 일본어로 연재했으며 2015년에 한국에 완벽본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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