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논란에…'도둑국' 이미지 씌우는 中

김민정 기자I 2021.03.24 08:21:09

시청자 게시판·국민청원 항의 잇따라
제작지원사 불매운동에 광고계 손절 시작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소품 사용 및 역사 왜곡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또다시 한국인이 중국 드라마를 베꼈다는 글을 올리며 ‘도둑국’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지난 22일 첫 방송된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역사 왜곡’ 장면을 담는가 하면 조선시대가 배경임에도 중국풍 인테리어와 음식을 사용해 논란을 자초했다.

드라마 속 기방의 식탁 위에는 검은 도자기에 빨간 색으로 ‘주(酒)’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중국식 만두를 비롯해 중국 술, 중국 간식인 월병과, 피단(오리알을 삭힌 중국 음식) 등이 놓여져 있었다. 이는 건물, 음식, 식탁 모양까지 모두 중국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구마사’ 드라마에 삽입된 OST 역시 중국 전통 현악기인 고쟁으로 연주한 음악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작진 측은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다만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가전부터 패션·뷰티·식품·외식분야는 물론 역사와 문화도 한국을 베끼거나 자기들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무리한 문화 동북공정으로 인한 한국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우리 중국의 문화를 뺏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진실은 중요치 않다. 모든 종류의 더러운 방법을 써서 소문을 퍼뜨리면 곧 진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tvN 드라마 ‘빈센조’)
최근에는 tvN 드라마 ‘빈센조’가 중국 브랜드 비빔밥 제품을 PPL로 노출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비빔밥은 잔반처리 음식“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한국 정통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산 제품으로 PPL 했다는 점에서 빈축을 샀다.

나아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로 퍼지는 ‘차이나 머니에’ 대해 “중국의 자본이 없으면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한 나라”, “한국인의 편협한 민족주의가 우습다” 등의 조롱도 이어졌다.

이번에 불거진 ‘조선구마사’ 논란에 벌써부터 중국인들은 의상과 헤어스타일, 소품까지 모두 한국이 중국드라마를 따라 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SNS 등에는 “동양인들은 그들이 중국 문화를 훔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 한국인들은 전통적인 한복과 헤어스타일을 버리는가. 그들은 중국식 한푸와 헤어스타일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등의 글을 올리며 중국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이와 관련해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관한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큽니다”라며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 교수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그동안 서 교수는 중국으로 되어 있는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정정해달라는 항의 메일을 중국 포털 바이두 측에 보내거나, 중국의 ‘김치 공정’에 항의해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방법으로 중국의 문화 공정에 대응해왔다.

(사진=tvN 드라마 ‘철인왕후’)
중국은 이제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국 짝퉁을 원조인 양 내세운다.

중국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한복을 입은 댄스팀이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선보였고 이를 본 중국인들은 ”이게 바로 중국의 스트릿 댄스“라고 말한다.

때문에 제목에 ‘조선’까지 달고 대놓고 중국 소품을 활용한 ‘조선구마사’에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드라마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이전 작품인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 지적을 받았던 인물이다. 급기야 박 작가가 조선족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박 작가는 최근 ‘철인왕후’ 종영 이후 중국 제작사인 쟈핑픽처스와 집필 계약을 맺었다.

당시 쟈핑픽처스의 한국 법인 쟈핑코리아 안은주 이사는 “박 작가 외 한국 유명 드라마 작가들과도 집필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 중 4~5편 드라마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출을 맡은 신경숙 PD 역시 ‘육룡이 나르샤’에서 역사 왜곡을 한 바 있다. 당시 신 PD는 고려 말 부패한 권문세족들이 질 좋은 돼지고기를 위해 신분이 낮은 여성들의 발에 사슬을 채운 채 새끼 돼지에게 모유를 먹이게 하는 모습을 연출해 논란을 불렀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같은 논란에 시청자들의 방영 중지 요청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연일 쏟아지는 비판에 LG생활건강을 비롯한 기업들이 광고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해당 드라마에 광고하는 기업들의 리스트가 확산하며 불매운동 조짐이 벌어지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시청률 1위로 월화드라마 흥행을 꾀했던 ‘조선구마사’가 과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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