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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위한 국채 발행도 머지 않아 실시될 것으로 보여 채권금리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발행되는 채권, 특히 장기채를 중심으로 채권의 유통 수가 많아지면 채권 가격은 필히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기채 가격의 하락은 곧 채권 금리(수익률)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실제 국채 3년물 수익률(금리)는 지난 3일 기준 1.019%로 5개월 사이 0.13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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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3일 기준 0.74%를 기록했습니다. 5개월 사이 0.09% 올랐습니다.
물론 CD금리가 대출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촉발점이라고 보기는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CD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작은 부분이 됐으니까요. 그래도 은행의 자금 도입 비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단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 예금 계정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2월 들어 극적으로 늘었습니다. 1월 1.05% 줄었던 요구불예금 잔액은 2월 5.04%(29조276억원) 증가한 605조828억원으로 집계된 것이지요. 요구불 예금 자체가 600조원 가까이 될 정도로 덩치가 크다고 하지만 30조원 가까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것은 분명 주목할 만 합니다.
이와 동시에 주식 시장의 예수금 잔액 등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둔화된데다 이미 차익 실현을 한 투자자들의 돈이 안전 금고와 같은 은행 계좌로 이동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지난 한 해 치솟던 신용대출은 또 어떨까요. 주춤합니다. 신용대출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로 낮아지던 지난해 5월 출렁이기 시작하더니,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던 10월과 11월 정점을 찍습니다.
11월 역대급 증가세인 3.76%(전달대비) 증가율을 기록했던 5대 은행 신용대출은 2월 들어 0.04% 줄어듭니다. 은행권에서는 강한 대출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신용대출을 받을만한 사람들은 받았다고 합니다. 11~12월 때처럼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를 하기에도 최근의 주식시장 시황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정기예금도 2월 들어 증가세(전월대비)로 돌아섰습니다. 5대 은행의 2월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대비 0.55% 증가한 630조34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일상적인 정기예금의 변동치와 비슷합니다.
따라서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의 증가, 신용대출의 감소는 주식 등 자산 시장 상황에 대해 관망하는 시각이 늘었다는 점으로도 해석이 됩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를 대비해 미리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는다는 뜻이지요.
◇아직까지는 대기성 자금일뿐…
그렇다고 대기성 자금 증가가 꼭 하락장을 예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 요구불 예금은 계절을 타기 때문입니다.
요구불 예금은 연말연시 감소와 증가를 보입니다. 상여금 등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1월달에 줄었다가 2월 제자리를 찾는 것이지요. 2월에는 연말정산으로 받게 되는 돈과 상여금 등의 가계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몰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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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자산가들의 파킹통장(임시통장) 성격이 강한 MMDA는 이런 경향을 더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5대 은행 MMDA 잔액은 지난해 1월 4.31% 줄었다가 2월 들어 3.66%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MMDA 잔액은 전월대비 7.3% 줄었다가 2월 4.89% 늘었습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요인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예금 금리가 제자리인 상황에서 대기성 자금이 은행에 머물 이유가 없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 흘러 들어갈 자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금리상승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금리 상승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어느정도의 금리 상승은 시장이 감내해야할 몫이라고 했습니다. 금리를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금리의 상승은 당장 대출자들의 금융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막 회복 기미를 보이는 기업들의 자금 상황에도 악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이번 연말연시 신용대출까지 받아 빚투를 했던 투자자는 시황 부진과 금리 상승이라는 겹악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면서 올라가는 금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장기채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경기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는 부분으로 해석이 됩니다. 기업들의 투자 신호일 수 있어서입니다.
다만 개인들 입장에서는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라는 전제를 해야합니다. 당분간 저금리 추세는 계속되겠지만 2020년과 같은 강한 상승세를 타기 힘들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합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또 어떻게 진행될까요.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투자 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