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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퇴출공포]①23곳중 5곳이 상장폐지…투자자 손실만 3300억

이후섭 기자I 2017.09.21 06:01:00

10년간 9개 상폐…자진상폐 제외 5개 시총 3300억원 달해
중국고섬 신뢰 추락 계기…배당·소통강화 노력에도 불신 여전
2세대 주가도 지지부진…IPO 시장서도 투자자 외면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한 중국기업은 모두 5곳으로 이들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33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인 대주주도 일부 손실을 봤지만 대부분 손실은 국내 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이렇다보니 중국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월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래 총 23곳의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이 가운데 9개사가 상장폐지됐는데 자진 상장폐지 4곳을 제외하고 5개 기업이 퇴출됐다. 중국고섬을 비롯해 성융광전투자, 연합과기, 화풍방직이 상장폐지됐고 최근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원양자원(900050)까지 매매거래정지 직전 이들 기업의 시총 합계는 3327억원에 이른다. 중국고섬과 중국원양자원 등 4개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됐고 화풍방직은 시가총액 미달 사유로 증시에서 퇴출됐다.

특히 중국고섬은 지난 201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나며 중국 기업 불신을 낳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2년 6개월 넘게 거래정지 상태였던 중국고섬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바뀐 탓에 투자자들의 떠안은 손실은 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등을 상대로 한 소송전만 5년간 이어졌다. 이후 중국 기업 상장에 대한 금융당국 잣대가 엄격해졌지만 뒤이어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완리(900180)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불신을 더욱 키웠다. 완리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가 재감사에서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변경됐다.

완리 상장 이후 5년간 발길이 끊겼던 중국 기업 상장은 지난해 크리스탈신소재(900250)를 시작으로 로스웰(900260) 헝셩그룹(900270) 등 6개가 몰리면서 다시 본격화했다. 소위 `2세대 중국 기업`으로 분류된 이들 기업은 상장 첫 해부터 순이익의 15%가 넘는 배당을 결정하는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한국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신뢰 회복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찮다. 지난해 상장한 6개 중국 기업 모두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으며 이들의 공모가대비 평균 주가하락률은 17.2%에 달했다. 더구나 올해 완리와 중국원양자원의 감사의견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계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재발된 상황이다. 올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컬러레이(900310)홀딩스도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컬러레이홀딩스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희망공모가 하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청약에서는 경쟁률 0.73대 1을 기록하며 미달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23.7% 밑돌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중국 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는 바닥이며 관심도 없는 분위기”라며 “괜찮은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중국펀드를 만들어서 해외 투자를 하지, 국내로 떠밀려온 중국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국내 기업공개(IPO)는 계속될 전망이다. 윙입푸드는 유진투자증권과 IPO 주관계약을 맺고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거래소 심사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외에도 5~6개 업체가 9월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거나 준비 단계에 있다. 그러나 거래소 예비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올해 중국 상장사는 2~3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세대 중국 기업들이 중국고섬 등 이전 기업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실적으로 보여준 게 없다”며 “잊을 만 하면 감사의견 거절 등 이슈가 나오고 있어 시장 외면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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