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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 '성' 다가진 '거짓 반음양증'을 아시나요?

장종원 기자I 2012.12.12 09:23:33

우리나라서 매년 200명 이상 치료
성 전환 수술, 호르몬 치료 받아
성 정체성 뒤늦게 발견하고 재수술도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앗자’(5·가명)라는 몽골 아이가 지난달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남녀의 생식기를 모두 갖고 태어나 외관상 성구별이 어려운 거짓 반음양증이 있는 아이였다. 몽골에서는 치료 받을 길이 없었는데 현지 선교사를 통해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이다. 부모는 수술 한 시간 전에서야 앗자를 여성으로 키우기로 했는데 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거짓(가성) 반음양증. 한몸에 남녀의 성징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남녀의 중간성질을 보여주는 경우를 일컫는다. 생소하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정의된 엄연한 질병이다. 남여 중간몸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성염색체에 따라 남성 거짓 반음양증, 여성 거짓 반음양증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거짓(가성)이 붙는 것은 생식기의 한쪽은 기능을 못하는 가짜라는 의미다.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환자 수는 추정하기 쉽지 않다. 다만 매년 200명 이상이 거짓 반음양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거짓 반음양증으로 2010년 221명, 2011년 223명, 올해 상반기에는 145명이 치료를 받았다. 이 분야 권위자인 김석원 동아대병원 교수는 “신생아 4000~5000명에 한 명꼴로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거짓 반음양증은 유전적 결함, 호르몬 이상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소는 있지만 자궁이 없거나 남자의 성기나 고환이 몸 안에 퇴화돼 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성별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치료는 대부분 성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성전환 수술과 이후의 호르몬 치료로 진행된다. 수술은 대개 염색체 상의 성으로 수술하는 것을 권하는데, 과거에는 남성으로 전환하는 수술이 어렵고 이후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염색체와 무관하게 여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몽골 아이 ‘앗자’ 역시 성염색체상으로는 남자이지만 ‘남성 호르몬’을 꾸준히 주입받는 치료가 몽골에서는 어려워 여성을 선택했다.

수술은 대부분 10대 미만일때 받는다. 그러나 수술을 받더라도 임신을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은 안타까운 병이다. 뒤늦게 성 정체성을 깨닫고 괴로워하다 다른 성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여성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자퇴한 환자도 있었다”면서 “어릴때 대부분 수술하지만 생식기를 만들거나 제거하는 수술은 성정체성이 확립된 이후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종종 거짓 반음양증과 관련한 사건이 있어왔다. 지난 2007년 서울 남부지법은 아이의 성별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달라며 부모가 낸 호적정정 신청을 받아줬다. 외형상 여자로 보여 호적에 여자로 올렸지만 병원에서 남자에 가깝다는 진단을 받고 성전환 수술을 하고 성별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사례다.

역사에도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세조 때의 인물인 사방지(謝方知)는 남자와 여자의 성을 모두 갖춘 양성인간으로 기록돼 있다. 여자노비로 길러졌지만 나중에는 이순지(李純之)의 딸 이씨와 간통을 벌인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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