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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자동차 켄보 600 시승기 -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중국차

김학수 기자I 2017.02.24 07:47:11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진출한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가 드디어 승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1월, 베이징 자동차(BAIC)의 수출 담당 브랜드 ‘북기은상(北汽, Beiqi)’의 국내 법인 ‘중한자동차’가 켄보 600을 전격 출시한 것이다. 켄보 600의 출시는 버스, 트럭과 같은 상용차 시장에 한정됐던 중국 자동차의 국내 진출의 벽을 깨는 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 받았다.

켄보 600은 BAIC의 크로스오버 전문 브랜드 BAIC 환수(Huansu) S6의 국내 사양으로 1,990만원과 2,099만원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콤팩트 SUV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출시 당시 공격적인 가격, 그리고 부족함이 없는 상품성을 앞세웠다는 켄보 600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2017년 2월, 켄보 600를 만나게 됐다.

켄보 600은 4,695mm의 전장과 1,840mm의 전폭, 1,685mm의 전고를 갖춘 다소 체격이 큰 C-세그먼트 크로스오버 모델로서 체격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시장에서 중형 SUV 등으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 싼타페DM이나 르노삼성 QM6과 비슷한 크기를 자랑한다. 휠 베이스 역시 2,700mm로 국내 중형 크로스오버 모델들과 비슷한 수치를 가지고 있고, 대신 공차 중량은 소형 가솔린 엔진의 탑재 등의 이유로 국내 동급 모델 대비 150kg 가량 가벼운 1,620kg에 불과하다.

깔끔한 디자인의 돋보이는 켄보 600

켄보 600의 디자인은 무척 깔끔한 모습이다. 그 동안 중국에서 개발, 제조된 차량이라고 한다면 카피캣이 아닌 이상 시대적으로나 소재적으로나 구시대의 잔재가 반영된 차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켄보 600은 이제는 ‘어느 정도의 독창성’을 품은 것과 동시에 디자인 구성 및 소재의 품질적인 부분에서 개선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전면 디자인은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완성도나 균형감이 우수했다. 큼직한 헤드라이트의 디자인 때문에 전폭이 다소 좁아 보이는 점은 아쉬웠지만 환수 브랜드 고유의 패밀리룩을 적용한 전면 디자인, 특히 ‘과하지 않은 크롬 가나시’와 가로형 그릴로 전면 디자인의 중심을 잡은 점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켄보 600 디자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역시 측면 디자인이었다. 켄보 600의 측면은 어딘가 본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으나 앞에서 뒤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라인과 긴 휠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안정감이 돋보이는 비례 등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프로포션’을 구성했다.

후면은 살짝 복잡 미묘했다. 숄더 라인부터 그려진 날카로운 감성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기아자동차 혹은 일본의 마쯔다디자인이 떠오르는 실루엣을 가지고 있고 또 투박하고 고루한 이미지의 폰트가 더해진 트렁크 게이트가 아쉽게 느껴지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이나 구성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머플러 팁을 깔끔하게 가리는 범퍼 디자인 또한 인상적이었다.

익숙함과 깔끔함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

켄보 600의 실내 공간은 익숙함과 깔끔함이 공존한다. 좌우 대칭의 깔끔한 수정은 쉐보레 캡티바의 이미지가 느껴지고 금속 질감의 스포크가 돋보이는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스바루 혹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 클래스가 떠올랐고,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 및 컨트롤 패널의 구성은 인피니티의 과거를 보는 듯 했다.

익숙한 느낌을 뒤로 한다면 센터페시아 상단의 BAIC 레터링을 제외 한다면 전체적인 구성은 무척 깔끔했다. 어설픈 마감이나 과거의 중국차들이 그랬던 접착제 냄새가 느껴질까 실내 곳곳을 살펴보았으나 생각보다 그 마감 품질이나 소재의 느낌이 좋은 편이었다. 특히 플라스틱 재질을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건조하지 않아 꽤 만족스러웠다. 한편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아틀란 제품이 적용됐다.

다만 아직 중국의 감성이 담긴 부분이 느껴져 아쉬움이 따른 것이 사실이었다. 실제 혼다 어코드에서 본 것 같았던 3-서클 계기판과 계기판 중앙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폰트가 중화권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폰트였는데, 국내 운전자에게 어필하기엔 고루하고 명료함이 부족했다.

체격으로만 본다면 싼타페DM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열 공간은 사실 체격에 비한다면 다소 좁게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비교를 한다면 투싼, 코란도 C 등과 같은 콤팩트 SUV와 비슷하거나 조금 큰 정도였다. 1열 시트의 백 시트 크기가 다소 작았지만 기본적인 착좌감은 제법 만족스러웠고 시트 포지션의 높이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2열 공간도 만족스러웠다. 키가 큰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시트 크기가 아쉽지 않았고, 헤드 룸도 여유로운 편이었다. 특히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을 통해 안락한 시트 각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주행에서도 편안한 이동이 가능했다. 또한 2열 바닥이 평평하게 디자인되어 탑승자의 만족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한편 켄보 600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역시 큰 차체를 기반으로 한 넓은 트렁크 공간 또한 돋보이는데 2열 시트를 사용할 때에도1,063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으로 골프백을 4개를 적재할 수 있으며 60:40 폴딩 기능을 갖춘 2열 시트를 접을 때에는 2,738L에 이르는 압도적인 적재 공간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실용적인 파워트레인 조합

켄보 600의 보닛 아래에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CVT 조합의 합리적이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파워트레인이 자리한다. 알루미늄 헤드를 적용한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147마력을 5,500RPM에서 발휘하며 2,000RPM부터 4,400RPM까지 21.9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6단의 기본 기어 비를 갖춘 CVT를 통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켄보 600의 국내 공인 연비는 9.7km/L(복합 기준)이며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각각 9.2km/L와 10.6km/L다. 작은 엔진을 탑재한 만큼 켄보 600의 최고 속도는 180km/h로 제한되었고 중국에서는 5단 수동 변속기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중국 자동차

켄보 600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주변을 살펴봤다. 익숙한 디자인의 조화가 돋보이는 탓에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기본적인 품질이나 구성에서 만족감이 상당히 좋았다.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고 브레이크 밟고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기본적인 정숙성은 그리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기어 레버를 바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며 초반에는 다소 굼뜬 반응이 느껴진다. 터보 엔진의 터보 랙과 함께 CVT의 초기 반응이 겹쳐진 결과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곧바로 탄탄한 출력이 전해지면 경쾌한 가속감이 전해진다. 수치적인 출력이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면 감성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다. 최신의 터보 엔진들이 무척 부드러운 감성을 제시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켄보 600의 엔진은 다소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었다. 과거 10년 전, 그 이전에 출시됐던 소형 터보 엔진의 감성이 느껴지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다. 또한 RPM을 높일 때 임팔라가 회전하며 ‘휘파람’ 소리가 거슬리는 점 역시 아쉽게 느껴졌다.

변속기는 일상적인 주행에 사용하기엔 부족함은 없었다. 변속 충격도 크지 않고, 기본적인 반응도 준수한 편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까다롭다는 국내 운전자라도 변속기 부분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수동 변속 모드에서는 일부의 운전자들이 다소 느리게 느낄 수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편안한 감성보다는 경쾌한 반응이 돋보인다.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기민하고 쫀득한 감성적인 만족감은 부재된 것이 사실이지만 스포츠카, 혹은 세단이 아닌 크로스오버 모델인 만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연속된 조향 상황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노면의 상태가 조금 흐릿하게 느껴질 때가 간혹 발생했다.

중한 자동차의 발표에 따르면 한편 켄보 600은 고장력 강판, 초고장력 강판을 넉넉히 적용한 탄탄한 차체를 탑재했다. 실제로 이 특성은 주행에서 명확히 느껴진다. 조향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은 상당히 경쾌했고, 또 차량의 전륜과 후륜의 일체감, 그리고 전륜 조향에 따른 후륜의 추종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실제 중국 내에서도 탄탄하고 경쾌한 주행 감각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괜찮은 주행’을 선사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노면과 차량 사이의 간격을 줄여주는 듯한 감성은 부족해 고속 주행에서는 다소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승을 마무리 할 머리 속으로 국내 제조사가 판매하고 있는 ‘다소 아쉬운 주행 감각을 가진 몇 개의 SUV 모델’이 떠올랐다. 그런 과연 켄보 600이 그들과 경쟁했을 때 과연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혹은 과연 국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으로 스티어링 휠의 엠블럼을 가리고 ‘타본다면, 꽤 만족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좋은 점: 기대 이상의 공간, 기대 이상의 경쾌한 드라이빙

안좋은 점: 고루한 감성의 터보 엔진과 서비스 채널에 대한 우려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존재

중한 자동차가 켄보 600에 거는 기대는 쌍용자동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및 쉐보레 더 뉴 트랙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투싼 등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작은 크기의 SUV의 구매자들에게 ‘가성 비’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 부분의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과제로 느껴지지만 차량만 본다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여기에 국내에 거주하고 사회 활동을 하는 화교,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중국 관련 기업 등 조금 더 합리적인 혹은 보다 저렴한 가격의 차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한 번 정도 고민해볼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중국차, 이제 쉽게 생각하면 안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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