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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육아]초보맘 다이어리 "육아는 돈먹는 하마"

김기덕 기자I 2016.08.12 06:30:00

출산 두달, 큰 맘 먹고 백화점 갔지만
동행자 비싼 육아용품에 초라해진 느낌
고가 아기띠·힙시트에 카드값 걱정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초보맘 김희정씨는 오늘을 무척 기다려 왔다. 출산 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바깥나들이를 하기로 한 날이다. 김씨는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조리원 동기와 강남에 있는 백화점에 아기 용품을 사러 가기로 했다.

김씨는 영등포구에 살고 있지만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고 소문난 강남구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했다. 2주에 40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 월급은 한 달에 300만원이 안된다.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출산을 앞두고 퇴직했다. 사실 버거운 금액이었지만 산후조리원 동기끼리 최신 육아 정보 등을 공유하고 조리원을 나온 이후에도 지속적인 만난다는 얘기에 잘 사는 동네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싶어 무리를 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김씨는 출산 전 남편과 함께 유아용품 박람회에서 구입한 디럭스형 유모차를 꺼냈다. 아기가 돌이 되기 전에는 절충형이나 휴대용 유모차보다는 다소 무겁고 비싸도 디럭스형 유모차가 좋다는 소리에 눈 딱 감고 샀던 제품이다. 바퀴가 커서 충격흡수가 잘되고 시트가 넓어 아이를 눕히기 편하다. 김씨는 ‘역시 비싼 게 좋긴 좋아’라고 생각하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백화점 유아용품 매장에 도착하자 조리원 동기가 먼저 와 있다. 끌고 온 유모차를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최고급 브랜드 유모차다. 인터넷 판매가격이 최소 300만원이 넘는다. 아기옷과 젖병, 겉싸개도 최고급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고가브랜드 제품이다. 대충 계산해도 30만~40만원은 넘어 보였다. 김씨는 왠지 자신과 아기가 초라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김씨가 이날 백화점을 찾은 이유는 아기띠와 힙시트를 사기 위해서다. 선배 엄마들은 아기가 100일이 지나면 아기띠와 힙시트가 필수라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0만~20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지만 김씨는 색상이나 디자인을 직접 꼼꼼히 살펴보고 착용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직접 착용해보니 확실히 비싼 제품이 허리나 어깨에 주는 피로감이 덜한 것처럼 느껴졌다. 겨울에는 아기 담요가 필수라는 직원의 말에 아기띠와 힙시트, 담요를 합쳐 50만원에 구입했다.

출산 전 아기 옷이나 가재수건, 기저귀 가방 등을 사뒀지만 막상 백화점에 와보니 더 좋고 새로운 상품이 많았다. 필요한 것만 산다고 했는데도 결국 20만원을 더 썼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김씨는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남편은 ‘이미 있는 걸 뭐하러 또 샀냐’고 잔소리를 했다. 김씨는 “첫 아이인데 그 정도도 못해주느냐. 꼭 필요한 것만 샀다”고 항변했지만 다음 달 카드값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는 했다.

김씨는 남편을 졸라 만삭 전에 떠난 태교여행 때 300만원을 썼다. 또 출산비용(제왕절개)과 병원비, 산후마사지와 보약 등에도 500만원 넘게 지출했다. 퇴직금과 친정·시댁에서 보태준 돈으로 메우기는 했지만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면 속이 쓰리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만삭 사진과 아기 50일 촬영을 했던 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왔다. 앞으로 100일·200일 촬영, 돌 촬영 등을 연계해야 원본 사진 전체를 돌려준다고 했다. 특별행사기간이라며 30% 할인한 120만원에 해겠다고 했다. 뻔한 상술인 줄 알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의 사진이라는 생각에 계약하기로 했다. 친구 집에 본 아이 성장앨범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저귀, 분유값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카시트, 돌잔치 등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이 천지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돌만 지나도 영어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김씨는 ‘다시 맞벌이를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육아 비용 부담에 고민하는 초보맘의 하루 일상을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3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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