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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자기자본 5兆 이상…레버리지규제 풀어줘야"

송이라 기자I 2016.07.20 07:02:00

12개 증권사 증권담당 애널리스트 대상 설문조사
"초대형IB 필요…5조원 이상 자본력 뒷받침돼야"
"NCR→BIS 바껴야…전업 증권사·대형지주 계열사 나설 것"



[이데일리 박형수 송이라 기자] 국내 증권사에서 증권업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10명 가운데 8명은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증권산업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대다수 연구원은 초대형 IB를 위한 최소 자기자본은 5조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10명 중 8명 “자기자본 5조 이상 필요” 응답

이데일리가 19일 증권 담당 연구원이 있는 1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2명 중 10명(83%)이 국내 시장에 초대형 IB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최소 자기자본은 5조원 이상이라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로 ‘5조원’이라고 응답한 곳이 전체의 절반(6개사)로 가장 많았다. ‘6조원’과 ‘7조원’이라고 답변한 곳이 각각 1개사, ‘10조원 이상’ 2개사로 조사됐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기준인 ‘3조원’이라고 응답한 곳은 2개사에 그쳤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IB는 위험을 안고 자본시장에 투자해야 하는데 고수익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본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외로 진출해 하루빨리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국제 비즈니스에서 자본력은 곧 신뢰도”라고 강조했다. 7조원과 10조원으로 기준을 제시한 연구원들은 “5조원으로 기준을 잡으면 조건을 충족하는 증권사가 미래에셋증권 1곳뿐이라 특혜로 비춰진다”며 “진짜 업계 재편을 요구하고 초대형 IB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면 아예 기준을 높게 잡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모험자금 공급기능이 활성화를 위해 초대형 IB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한 증권사에는 △종금형CMA △자기발행어음 △레버리지 규제 완화 △법인지급 결제 △외국환 업무 확대 △해외진출시 자금조달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종 대책은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반면 일부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 사이에서 경쟁력이 없는 이유는 자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자본금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이유는 자본 열위보다는 보수적 투자 및 규제환경, 대기업 혹은 은행계 증권사의 위험부담 유인 미약 등”이라며 “자본규모가 증권사의 IB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도 “초대형 IB가 필요하다는 의견엔 동의하지만 자본규모로 비교하는건 적절치 않다”며 “사업영역이 늘어나면서 필요에 의해 자본이 증가하는 건 유의미하지만 자본만 증가할 땐 되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건 레버리지규제 완화”

그렇다면 초대형 IB에 주는 가장 강력한 혜택은 무엇일까. 복수응답이 허용된 가운데 12곳 중 11곳이 ‘레버리지 규제 완화’라고 답변했다. ‘해외진출시 자금조달 지원’이 4곳, ‘법인지급결제’ 3곳, ‘종금형 CMA’ 2곳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현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로 변경되는 혜택을 원했다. 자기자본을 늘리는건 결국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며 가용자본이 늘면 수익창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조원 규모의 가용자본에 10배의 레버리지가 적용되면 50조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레버리지 완화는 위험 감수량을 증가시켜 투자여력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획기적으로 주어지는 자본 활용도에 따른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고 지적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무범위 확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직원의 과도한 성과급 관행과 맞물리면 자칫 큰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센티브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능력 제고, 임직원의 성과평가·배분 관행 개선 등 자체 경영관리 역량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 중 정부가 지향하는 초대형 IB에 가장 적합한 곳은 어디냐는 질문에는 ‘미래에셋증권’이라고 답변한 연구원이 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한국투자증권 4명, 신한금투와 KB증권, 삼성증권, NH증권, 유안타증권을 각각 1명씩 꼽았다. 미래에셋을 지목한 연구원들은 한 목소리로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고 그룹 내 타 금융사와 고객 중복 문제가 없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부동산과 호텔 등 다양한 투자경험과 강한 오너십을 보유한 미래에셋이 초대형 IB에 적합한 DNA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연구원들은 “지금의 규제와 틀 안에서는 어느 회사든 비슷비슷하다”며 “전업계 증권사와 대형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먼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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