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1인당 육아지출비용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가구 1자녀 가구가 늘어나면서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생각에 양육의 질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많아진 탓이다.
이같은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한 유·아동용품 기업들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도 육아지출비용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는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막상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육아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무관심하다.
◇ 유·아동 프리미엄 제품 매출 1년새 193% 늘어
작년말 기준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아이 우는 소리는 줄었지만 유·아동용품 기업들이 ‘안심하고 먹고 사용할 수 있다’는 광고문구를 앞세워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유·아동 산업시장 규모는 되레 성장세다. 유·아동 산업 규모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매년 13%씩 성장해 2015년 기준 39조원 규모로 커졌다.
올 상반기 SK플래닛 11번가 육아용품 매출 추이를 보면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농 및 프리미엄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 증가했다. 부모들 사이에서 ‘비싼 제품=안전한 제품’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뿌리내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영애 숙명여대 사회교육대학원 교수는 “육아지출비용의 증가는 육아용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내 아이에게 유용할 것이라는 부모들의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육아용품 소비형태는 일종의 ‘가치소비’다. 비싼 육아용품이 영유아기 발달을 이끌고 결국 성인이 돼서도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에서 부모들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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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저가 육아제품 확산 위해 품질인증제 도입해야”
첫아이 출산을 앞둔 오숙영(28)씨는 인터넷에서 출산용품 리스트를 찾아보다 혀를 내둘렀다. 한 누리꾼이 꼭 필요한 용품만 추렸다고 올린 리스트에는 1만~2만원대의 배냇저고리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카시트, 100만원이 넘는 유모차까지 80가지에 이르는 용품들이 나열돼 있었다. 출산 이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생각에 가격을 알아보니 보통 2주에 400만~500만원이다. 그나마도 인기 있는 산후조리원은 출산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같은 소비행태 변화로 인해 저물가시대에도 육아물가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물가지수 연구보고서를 보면 육아용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유모차의 평균가격은 2013년 69만 43원에서 2015년 74만 5181원으로 2년새 8%(5만 5138원) 올랐다. 같은 기간 카시트의 평균가격은 42만 4469원에서 47만 9239원으로 13%(5만 4770원) 상승했다.
육아서비스 비용 상승폭도 만만찮다. 2013년 평균 243만 6065원이던 산후조리원 평균이용 비용은 지난해말 271만 9597원으로 2년새 11.6%(28만 3532원)나 뛰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자녀수가 줄어든 대신 양육의 질을 높이려는 부모와 이를 노린 기업들의 프리미엄 마케팅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정부가 기본적인 품질을 충족한 육아제품에 품질인증을 부여하는 등 부모가 중저가 제품도 믿고 쓸 수 있게 함으로써 가계의 육아비용 지출을 합리적 소비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베블런효과 : 소비자의 과시욕 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 이같은 경제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의 이름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