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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노블레스오블리주]"한국 미래위해 써달라" 500억 기부하고 '전세살이'

신하영 기자I 2015.10.06 08:45:00

정문술 전 라이코스코리아 전 회장 KAIST에 515억 쾌척
개인부동산 모두 팔고 전세살며 “미래 위한 연구에 써달라”
류근철 박사 “과학기술 발전해야” 578억 원 ‘최고액 기부’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KAIST에 각각 515억, 578억원을 기부한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왼쪽)과 고 류근철 한의학 박사(오른쪽).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내 대학 역사상 손꼽히는 거액 기부자 중 한 명이 정문술(77) 전 라이코스코리아 회장이다. 정 전 회장은 2001년 KAIST에 300억원을 쾌척한 데 이어 지난해 215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정 전 회장이 KAIST에 기부한 금액은 총 515억원으로 개인 기부로는 2번째로 많다. 정 전 회장은 기부를 인연으로 2009년 KAIST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이 5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선뜻 KAIST에 내놓은 배경에는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와의 오랜 인연이 있다. 이 교수는 1996년 우연히 당시 미래산업 사장을 맡고 있던 정문술 전 회장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재산을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기부해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곧장 미래산업을 찾아갔다. ‘이런 분이 성공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교수는 정 전 회장과의 면담 끝에 반도체 생산 장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도왔고 이후 두 사람은 20년 넘게 우정을 쌓았다.

정 전 회장은 2001년 이 교수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국가발전을 위한 연구계획서를 써오면 검토 후 기부를 하겠다는 것. 이 교수는 KAIST에 바이오뇌공학과를 신설해 생명공학분야와 뇌공학을 접목한 연구를 해보겠다는 계획서를 작성해 왔고 정 전 회장은 선뜻 300억원을 내놨다.

KAIST는 정 전 회장의 기부금을 종잣돈 삼아 2002년 바이오시스템학과를 신설했고, 2007년에는 ‘바이오및뇌공학과’로 학과명을 변경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월에도 “대한민국의 미래전략 수립과 뇌 과학 연구에 써 달라”며 215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현금 100억원과 115억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동산이다. KAIST는 이를 ‘정문술 기금’으로 조성해 뇌과학 연구와 인력양성에 활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정 전 회장은 벤처기업을 운영하거나 회사에 다니는 5남매를 두고 있지만 일반 부모의 통상적인 보살핌 이상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그는 이번 기부로 개인 부동산을 모두 처분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전세”라고 전했다.

정 전 회장은 1938년 전북 임실 출생으로 익산 남성고와 원광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반도체 검사 장비 제작업체인 미래산업을 설립,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미국 나스닥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0년대 말 벤처기업 10여개를 세우거나 출자해 ‘국내 벤처업계의 대부’로 불렸다. 2001년에는 아무 혈연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미래산업 경영권을 내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개인이 대학에 기부한 금액 중 최고액은 고 류근철 한의학 박사가 KAIST에 기부한 578억원이다.

1926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류 박사는 한의학계 원로이자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1976년 경희대)다.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경희한방의료원 부원장, 한국한의사협회 초대 회장 등을 지냈다. 1962년 국내 최초로 무통 침 치료기를 개발했으며, 1972년엔 침술로 제왕절개 수술 마취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또 한의학에 공학을 접목한 ‘중풍 후유증 치료기’를 개발해 한의학자로는 처음으로 1996년 4월 모스크바국립공대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류 박사는 2008년 8월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했다. 당시 그는 “2008년 KAIST를 방문했을 당시 면학에 열중해 있는 학생들을 보며 한국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이 필수적이고 그 역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곳이 KAIST다”라며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류 박사는 2009년 3월 KAIST 내에 ‘인재·우주인 건강 연구센터’와 ‘닥터류 헬스클리닉’을 개소하고, 고령의 나이에도 학생들을 진료하는 등 지식 기부에 열정을 쏟다 2011년 3월 8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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