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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피란민, 필사의 탈출…이집트 국경은 여전히 폐쇄

방성훈 기자I 2023.10.15 11:39:19

이스라엘 대피령 이후 하마스 피해 수만명 탈출 행렬
'유일 통로' 이집트 접경지 도착해도 국경문 닫혀있어
인구 과밀화 속 이스라엘 공습 지속…피해 확산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예고하면서, 이집트 국경을 향한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민간인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 속에 이집트가 국경 문을 열어주지 않아 민간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이 맞닿아 있는 라파 국경문의 모습. (사진=AFP)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가자지구에 있는 미 시민권자들에게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이집트 라파와 맞닿은 근처로 더 가까이 이동하도록 권고했다”며 “우리는 이집트 국경을 잠시 개방하기로 이집트, 이스라엘, 카타르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집트가 접한 ‘라파 통로’는 가자지구 민간인이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앞서 이스라엘 역시 전날 오전 지상 병력 투입을 거듭 예고하며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명을 상대로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교통수단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11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하루 만에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국제사회 비판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가자지구 내 이재민만 최소 4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에 대피 마감 시한을 오후 4시까지 연장했고, 이날 밤 한 번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연장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시간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하마스가 민간인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데다, 이집트는 여전히 국경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NYT는 이스라엘이 예고한 이날 오후 4시까지 이집트의 국경 문은 여전히 폐쇄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하마스의 통제를 피해 남부 이집트 접경지역으로 탈출한 수만명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국경 개방 공지가 없을 수 있으며 제한된 시간 동안에만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집트는 오히려 접경 지역의 군사 병력을 증강하고 임시로 시멘트 장벽까지 세우는 등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남부 지역에 피란민들이 몰리며 인구 밀도는 높아지고 있는데, 이스라엘의 공습은 멈추지 않고 있다. BBC방송은 민간인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남쪽으로 이동하던 도중에 포격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국경이 개방되더라도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으로 민간인이 이동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집트가 피란민들의 입국을 막고 있는 것은 하마스가 섞여서 흘러들어오는 등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피란민 유입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등과도 미 시민권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가자지구 230만명 중 미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는 500~600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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