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스틱 커피, 직장인의 활력소에서 카페의 구세주로

김무연 기자I 2020.09.05 10:00:00

남북전쟁 시 보급품이 원형… 동서식품 세계 첫 개발
원두커피 열풍에 ‘카누’로 승부수… 누적 65억잔 판매
코로나로 위기 빠진 카페, 다양한 스틱 커피로 승부수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중국은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을 가리켜 중국의 4대 발명품이라 칭한다. 각 국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고유의 발명품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가 격찬하는 발명품이 있다. 바로 커피믹스다.

한국인의 고된 노동과 함께하는 영원한 동반자는 한국 땅에서 태어나 스틱커피란 새로운 발명품으로 재창조됐다. 현재 스틱커피는 코로나 시국을 맞아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맥스웰 커피믹스 신문광고(사진=트위터)


◇ 전쟁과 탄생한 믹스 커피

커피 믹스의 탄생은 미국 남북전쟁으러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대에는 생원두가 보급됐는데, 전쟁을 마치고 밤마다 원두를 로스팅하고 이를 내려 마시는 병사들로 모닥불 주변이 북적였다고 한다. 문제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커피를 내려마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단 점이다. 이에 군부는 커피와 연유를 섞어서 졸인 상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믹스 커피다.

1차 세계 대전에 접어들면서 연유 대신 보급이 편한 분유가 군대에 납품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 볶아서 냉각한 커피 원두를 분쇄한 인스턴트 커피도 개발이 된다. 분유와 인스턴트 커피의 보급으로 전장에서도 뜨거운 물만 있으면 쉽게 크림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믹스 커피 봉지를 개발한 것은 바로 우리나라다. 1968년 창립한 국내 대표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은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처음 나온 커피 믹스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기다란 스틱형이 아닌 직사각형의 파우치 형태였으며 한 잔 분량의 커피와 크림, 설탕이 함께 들어 있었다.

1980년 커피 브랜드 ‘맥심’을 출범한 동서식품은 1987년 스틱형 믹스커피를 선보였다. 1996년에는 스틱 봉지에 커피와 크림, 설탕을 차례로 담아 섞이지 않도록 했다. 커피를 타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설탕의 양을 조절해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설탕이 맨 밑에 깔려 있어 손으로 그 부분을 누르면 설탕양을 줄일 수 있었다.

동서식품 ‘맥심 카누’와 모델인 배우 공유.(사진=동서식품)


◇ 원두커피 범람에 스틱 커피도 변신

그러나 2000년대 초 다양한 해외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국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국내 커피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커피 하나, 프림 둘, 설탕 둘이 기본이던 달달한 커피를 대신해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자리를 치고 올라왔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판기에서 100~200원에 뽑아마실 수 있는 커피를 대신해 한 끼 식사값에 준하는 5000원짜리 커피를 사먹기 시작했다.

업계의 절대 강자였던 동서식품도 변하는 트렌드를 묵과할 수는 없었다. 원두커피가 점차 인기를 얻자 동서식품은 2011년 국내 최초 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인 ‘맥심 카누’를 출시했다. 이어 ‘카누 라떼’, ‘카누 디카페인’, ‘카누 미니’ 등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카누 윈터 블렌’, ‘카누 스프링 블렌드’ 등 계절 한정판 제품도 연달아 출시했다.

카누는 단숨에 믹스커피 계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카누는 출시된 해 3700만잔의 판매액을 올리며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후 10여년간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2011년 출시해 지난 3월까지 판매된 카누는 총 65억잔에 달한다.

이디야가 생산하는 스틱커피 브랜드 ‘비니스트’(사진=이디야)


◇ 카페 프랜차이즈도 스틱 커피에 사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도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면서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도 커피를 카페 내에서 마실 수 없게 되면서 손님이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커피업계는 홈카페 제품 강화하며 집콕족 공략에 나섰다. 다양한 커피원두를 출시하거나 커피머신용 캡슐 커피를 내놓는 곳도 생겨났다. 배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도 있다. 특히 자사의 유명 메뉴를 스틱 커피로 만들어 파는 곳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비니스트 커피믹스’ 2종을 출시하며 스틱커피 브랜드 ‘비니스트’의 라인업을 9종으로 확장했다. 지난 2012년 출시한 ‘비니스트’는 전국 3천여개의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검증 받은 맛을 그대로 구현했단 설명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이디야만의 노하우를 통해 커피전문점 수준의 맛을 어디서나 간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드롭탑은 지난달 분말 형태의 라떼 스틱 제품인 ‘925 더블샷 라떼 스틱’을 선보였고 할리스커피도 최근 ‘아이스 콜드브루 스틱커피’를 출시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라떼 스틱인 ‘에이리스트 바닐라 라떼’와 ‘에이리스트 초콜릿 라떼’ 2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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