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씨티그룹보다 더욱 확고한 유대계 자본은 골드만삭스다. 골드만과 삭스라는 독일계 유대인이 창립한 데다 전·현직 최고경영자가 모두 유대인이기 때문. 이들의 자기자본이익률은 40%에 이른다.
비단 금융계만인가. 책은 구약성서 시대부터 최근까지 유대인이 지배해 온 세계경제사를 광범위하게 더듬는다. 궁극적으론 유대인 부의 역사가 세계경제 흥망과 다르지 않았다는 걸 밝혀낸 과정이다. 세계 부의 패권이 움직인 경로가 로마제국 이래 땅을 잃고 헤매던 유대인의 이동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13∼16세기 동안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머물고 추방당하기를 반복한 유대인들은 자신을 받아준 곳에선 부를 일으켰고 쫓겨나면서는 쇠락을 안겼다. 그러다 네덜란드로 건너가 보석산업으로 근대 자본주의의 토대를 다지고, 영국 청교도혁명을 만나선 민간 소유의 중앙은행을 탄생시킨다.
4000여년 방랑의 반대 급부는 부에 대한 개안이었다.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릴 수 없던 처지라 금융·서비스·유통업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또 신과의 유일한 계약이라는 성경읽기를 위해 시작한 ‘공부’는 고대·중세의 문맹시대부터 그들의 무기가 됐다. 부 역시 신의 축복으로 해석했다. 여느 종교도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셈도 강점이 됐다. 돈은 버는 것이 아닌 불리는 것이란 경제관념은 장소를 막론하고 생존과 번영을 틔웠다.
번역이 아닌 국내 경제인의 시각으로 책이 쓰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2010년 KOTRA 밀라노 무역관장으로 퇴직하기까지 30여년간 세계 경제현장에서 유대인의 저력을 체득했다. 10년 걸려 완성했다는 책을 두고 그는 ‘친’도 아니고 ‘반’도 아닌 유대인 그대로를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 편의 길고 긴 연대기로 엮였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그 이름들이 품은 의미 이상을 설명한다. 그저 노벨상을 많이 받고 지구경제를 다져온 실세로만 요약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