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관계자는 “원금연체가 발생해도 차주가 상환의지 등을 나타내면 은행이 ‘기한이익 상실’ 조치를 해 원금 회수에 나서는 일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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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회생신청 통해 배수의 진 노렸나
금융권에서는 회생신청은 쌍용차와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리고 쌍용차를 인수하려 협상 중인 미국 자동차유통회사 HAAH 오토모티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외국계금융기관의 빚을 연체한 것 자체가 회생신청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쌍용차는 지난 15일부터 지속한 외국계 은행 3곳의 대출금(약 600억원) 연체를 해결하지 못했다. 외국계 대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쌍용차로서는 이 빚을 먼저 연장해야 산은을 포함한 국내 채권단의 채무 만기도 미룰 수 있는 구조다. 산은은 지난 7월 쌍용차 대출 900억원 만기연장 때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외국계 은행 대출 만기연장 노력을 요구했다.
외국계 은행은 이번에도 만기가 돌아오자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대출 보증을 하는 조건을 요구했으나, 마힌드라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구두 지급보증까지 섰던 마힌드라의 태도가 이번에 확 달라진 것이다. 쌍용차 문제에 정통한 금융권 인사는 “연체가 불가피했는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결국, 쌍용차는 15일 외국계 은행 대출 연체에 돌입한 뒤 21일 산은 대출 만기일을 디(D)데이 삼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마힌드라의 의중을 따르는 고엔카 사장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했다. 쌍용차는 “돌아오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마지막 카드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적당한 가격에 미국 회사인 HAAH에 넘기고 발을 빼려는 생각이다. 마힌드라 지분(74.7%)을 감자(자본금 감소)한 뒤, HAAH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매각(M&A) 방식을 논의해 왔다. 마힌드라가 감자를 하면 그만큼 회수금액은 줄지만 그나마 남는 장사라는 게 마힌드라의 생각이다.
석달 간 시간 벌어‥채권단 정상화 방안 논의
하지만, 인도 중앙은행이 이러한 매각방식을 허용하지 않으며 일이 꼬인 상태다. 인도 당국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는 현재의 매각(M&A) 방식이 국부유출이라는 시각이 강한 편이다.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마힌드라는 더 어려워진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투자금(7000억원)을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가능성이 커질수록 인도 당국이 마힌드라의 M&A를 허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청산 위험을 무릅쓴 일종의 ‘벼랑끝 전술’인 셈이다. 실제 22일 쌍용차 대의원 간담회에서 한 관계자는 “한국법원의 명령에 의해 인도 중앙정부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와 함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동시 신청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 뒤로 미루는 게 특징이다. 채권단과 대주주 간 구조조정 합의안 혹은 HAAH와 신규투자 협상도 마무리할 시간을 번 것이다.
HAAH 역시 법정관리 신청을 빌미로 가격을 깎을 수 있고, 쌍용차가 구조조정에 나서면 투자 후 구조조정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쌍용차 법정관리가 부각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와 지역사회는 11년 전인 지난 2009년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벌어진 ‘쌍용차 사태’ 기억이 선명하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자체가 트라우마가 됐을 정도다. 당장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평택 지역 정치권 인사를 중심으로 산은의 책임론과 공적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쌍용차는 내년 3월까지 매각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마힌드라도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 협상 조기타결을 이루겠다고 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조만간 법원의 회생절차협의회에 참석해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생각이다. 산은 측은 “회생 신청에 대해선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RS를 통해 채권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식으로 회생절차가 진행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6월 간담회에서 쌍용차 문제에 대해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면 죽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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