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고 부족하지만 이웃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워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을 지향하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함께크는어린이집’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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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아이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야외 교육을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우면동 터줏대감인 김성미(40·여)씨는 이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항상 궁금했다. 호기심에 이 어린이집을 찾아갔던 김씨는 협동어린이집의 매력에 빠져 이 곳의 가족이 됐다. 현재 김씨의 여섯살짜리 딸이 다니고 있는 협동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이나 민간어린이집과 달리 국가나 법인이 아닌 보호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영유아보육법 제10조에 따르면 협동어린이집은 보호자 11명 이상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해 직접 설치·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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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란 내 아이와 남의 아이의 경계를 허물고 부모와 이웃, 지역사회,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을 말한다. 이 곳에는 놀이에서 청소까지 부모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연말이 되면 이곳 어린이집 부모들은 7명의 이사를 뽑는다. 이사로 선출된 부모들은 먹거리와 재정·홍보·원아·교육·조합원 교육 등을 각각 맡아 1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아마(아빠엄마의 줄임말) 교사’의 역할도 있다. 부모들은 각자의 직업에 따라 악기 연주나, 미싱작업,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수업에 참여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어른 친구’가 되자는 의미로 엄지, 봄비, 마파람, 피노키오 등 하나씩 별명도 갖고 있다. 아이와 어른 간에도 평어를 사용한다. 7세 딸을 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유효경(39·여)씨는 “아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하관계를 먼저 익히기보다 ‘어른 친구’와 대등하게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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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부모들도 부모 역할이 서툴다. 사람이 섞이고 애와 어른도 섞이고, 조율하고 소통하는 걸 배우며 아이들도 함께 보고 열린 마음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만 보고 내게 이득이 되는 것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와 자연, 공동체를 넓게 볼 수 있게 됐다”며 “다들 이 어린이집에 오면 ‘부모가 사람 돼서 나간다’고 한다”며 웃었다.
6세, 4세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시양(35·여)씨는 “일반 어린이집을 보낼 때는 ‘아이가 잘한다’는 듣기 좋은 말만 듣다가 막상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의 다양한 면을 직접 마주하니 불편한 진실을 접한 기분이었다”며 “부족한대로 아쉬운대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와 부모 모두 성장하더라”고 말했다.
◇한 교사당 아이 4~5명 …수와 한글은 자연에서
‘함께크는어린이집’의 원아는 총 33명, 교사는 7명(영양교사 2명 포함 9명)이다. 4세 반의 경우 반담임교사와 보조교사가 6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다. 교사 한명이 3명을 돌보는 셈이다. 이 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중 하나다.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믿을 수 있다는 점을 공동육아의 또다른 장점으로 꼽는다. 협동어린이집들은 대부분 산지와 직접 농작물 구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먹거리를 마련한다. 이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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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교육은 이 어린이집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이곳의 어린이들은 한글이나 숫자, 영어를 배우는 대신 매일 근처 산이나 주변으로 야외 교육을 떠난다.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히고 숫자를 배운다. 14세 큰딸부터 6세 막내아들까지 세 남매를 모두 이 어린이집에서 키운 박영열(44)씨는 “장난감이나 교구는 이용법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며 자연에서 배우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 유치원생까지 무한 경쟁인 시대에 다른 아이들을 보며 조바심이 나진 않을까. 권채영(36·여)씨는 “부모가 아이의 힘을 믿어야 한다”며 “아이가 한글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학교에 가면 이미 잘하는 애들도 많으니 기가 죽을 법도 한데 혼자 생각하고 배우는 법을 습득한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