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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커피시장 개화](上)개인 커피전문점 전성시대

김태현 기자I 2016.10.04 08:25:42

개성 만점 동네 커피전문점, 1년새 2만곳 급증

더치커피 전문 업체인 ‘커피아르케’ (사진=커피아르케 제공)
커피원두를 볶는 고소한 향기와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익숙하지만 세려된 음악 소리. 어디 호텔 커피전문점이 아니다. 골목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의 개인 커피전문점이다. 이전까지 개인 커피전문점이라고 하면 퇴직자들의 ‘제2의 인생’을 열어줄 탈출구 정도로 여겨지며 저렴한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로스팅 기계부터 전문 바리스타까지 전문적인 커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5세대 커피전문점 시장을 열어줄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요즘 커피전문점 시장은 이른바 개인 커피전문점 전성시대다. 1970~1980년대 다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국내 시장을 주름잡았던 개인 커피전문점은 높은 수준의 커피원두와 로스팅 기법을 선보이며 커피전문점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약 4만9600개로 조사됐다. 2014년 2만 여개에서 불과 1년 사이에 2만개가 넘는 커피전문점들이 생겨난 것. 그 중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개인 커피전문점은 약 2만8000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정확한 개인 커피전문점 매장 수가 조사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매장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 대형 브랜드가 같은 기간 매장을 약 800여 개 늘린 것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2만여 개에 가까운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원두커피 로스팅 업체인 커피밤의 김충헌 대표는 “주로 과거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개인 커피전문점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며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보다 특색있는 커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특색있는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중심이 되는 5세대 시장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은 현재까지 1세대(1990년대 중반~후반) 대형 프랜차이즈 전문점 2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저가 커피전문점 3세대(2000년대 초반~중반) 디저트 강화 전문점 4세대(2014~2015년) 대용량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중심으로 4세대를 거쳐왔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근 상권 분석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이는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소비자 또한 SNS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성장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인 커피전문점들은 과거 IMF 직후인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 등장했던 저가 개인 커피전문점들과는 다르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보다 특색있는 커피원두와 로스팅 기법 그리고 매장 콘셉트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앞다퉈 출시한 ‘콜드브루’는 2~3년 전 개인 커피전문점에서 일찌감치 ‘더치커피’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며 소비자에게 이미 눈도장을 찍었다.

2010년 창업한 커피전문점 커피아르케는 설립 초기부터 더치커피를 선보이며 매장을 확장했다. 현재는 파주·평촌·수원·명동 등 총 4곳에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더치커피는 대량 생산이 어려운 만큼 대형 커피전문점보다 개인 커피전문점에 적합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로스팅 시설을 커피전문점 내에 둔 로스터리 카페와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려주는 핸드드립 카페도 최근 개인 커피전문점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다.

로스터리 카페는 손님이 원하는 정도에 따라 소량의 원두를 볶아 제공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핸드드립 카페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에스프레소 형식과 달리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린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개인 커피전문점에서도 이런 전문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진 건 전문적인 커피 관련 교육을 받은 종사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취득자수를 공개한 기관의 경우만 따져도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자는 국내 4만명, 1급 자격자 취급자도 3000명에 달한다.

2012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1급이나 2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4000여 명에 불과했다. 3년 사이에 10배가 넘는 바리스타가 태어난 것이다. 전문 인력 수급이 많아지니 개인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전문가 수급과 창업자들의 커피 프랜차이즈 경험 등으로 탄생한 개인 커피전문점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저용량 테이크아웃 일색이었던 커피 시장에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며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디저트와 브런치를 파는 유럽식 카페로, 개인 커피전문점은 커피만 다루는 카페로 사업영역이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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