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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호의 과학 라운지](44)개나리는 어떻게 매년 같은 시기에 필까?

이연호 기자I 2019.07.28 11:47:56

대부분 식물, 낮의 길이·기온 인식하는 단백질 '피토크롬' 존재
외부 피토크롬 정보와 내부 생체시계 결합해 개화 시기 결정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 4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2019 여의도 벚꽃 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벚꽃길을 거닐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옛 사람들은 봄에 꽃이 피는 순서를 가리켜 ‘춘서(春序)’라고 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요즘은 한꺼번에 동시에 피는 등 일종의 무질서(?)가 발생한다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반도의 봄은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 철쭉을 차례로 피워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해마다 봄의 어느 때쯤에 어떤 지역에서 무슨 꽃이 필 것이라 예상을 해 볼 수 있을 정도다. 비단 봄꽃만이 아니라 모든 식물은 자신만의 개화 시기를 갖고 있다. 식물들은 인간처럼 달력이나 시계를 갖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매년 자신만의 특정한 시기에 꽃을 피울까.

비록 식물은 눈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빛에 노출되는 낮의 길이(광주기)와 기온 등을 인식하는 단백질을 갖고 있다. 그 단백질은 바로 피토크롬(Phytochrome)이다. 피토크롬은 두 가지 형태가 있고 서로 가역적으로 전환된다.

한 가지 형태는 파장이 660nm 부근의 붉은 색 광선인 적색광을 흡수하고 또 다른 형태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인 원적색광을 흡수한다. 적색광을 흡수하는 형태를 Pr, 원적색광을 흡수하는 형태를 Pfr이라고 표시한다. Pr이 적색광을 흡수하면 Pfr로 전환되고 Pfr이 원적색광을 흡수하면 Pr로 되돌아간다. 또 빛이 차단되는 암기가 지속되면 Pfr은 원적외선 없이도 Pr로 전환된다.

즉 밤엔 Pfr이 Pr로 전환되고 해가 뜨면 태양광에는 적색광이 원적색광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Pr이 즉시 Pfr로 전환되는 식이다. 다시 말하면 해가 뜬 새벽에 갑자기 증가한 Pfr을 통해 식물은 밤이 끝나고 낮이 시작됨을 알게 된다. 이 같은 피토크롬의 주기적인 변화로 식물들은 밤낮 길이의 경과를 측정할 수 있다. 식물은 이렇게 얻은 외부 정보를 내부의 세포들에 신호로써 전달한다. 외부 정보와 자신에게 최적화된 생득적 생체시계 DNA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씨의 발아, 개화, 눈의 휴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령 개나리의 경우 피토크롬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낮의 길이인 매년 3월 말(서울 기준)이 되면 개화 DNA를 발현해 때를 놓치지 않고 꽃을 피우게 된다. 도움말=오수찬 과학커뮤니케이터.
오수찬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지난 5월 열린 페임랩코리아 본선에서 식물의 개화 원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오수찬 과학커뮤니케이터.
◇오수찬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자와 대중 사이의 ‘틈’ 줄이고파”

“의미 있는 제 자신의 연구나 동료의 연구를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5월 과학커뮤니케이터 6기로 위촉된 오수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과학문화 전도사인 과학커뮤니케이터 지원 계기에 대해 “과학자와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줄이고 싶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대중이 과학을 어렵게 생각해 과학자와의 사이에 틈이 존재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먼저 학창시절 공부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과학을 학교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우리는 과학을 단순히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고 주입식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했다”며 “호기심을 갖고 과학을 바라보지 않게 되고 그렇다 보니 흥미로운 것이 아닌 귀찮고 힘든 것이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과학자들의 소통 의지 부족도 문제 삼았다. 그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대해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기업은 제품을 팔기 위해 제품의 성능이나 타제품 대비 경쟁력만을 강조할 뿐 과학적 원리에 대한 깊이 있고 재미있는 설명은 없고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타 내기 위해서만 발표할 뿐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이 같은 대중과 과학자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과학자와 대중 사이에 틈을 줄임으로써 대중은 과학자들에게 칭찬을 때로는 비판을 할 수 있다”며 “대중은 과학자들과 소통하고 과학자들은 사회가 원하는 과학을 지향하며 올바른 연구를 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드는 게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과학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그는 “대중에게 과학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은 아직 생소한데 제가 열심히 대중들과 소통하고 노력해 과학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친구들과 후배들도 소통을 통한 과학 대중화의 꿈을 꾸고 스스로 앞장서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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