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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손꼽히는 직업교육 전문가다. 교육부 차관 시절에는 진로 탐색을 위한 학기 과정을 설계했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을 주도했다.
그렇기에 나 교수는 현 교육 시스템이 이런 역할을 크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현재도 진로 발달 단계에 따라 진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충분치 못하다”며 “진로교육의 중요한 가치를 교육 시스템도, 가정에서도 무시하거나 후순위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흥미, 적성보다는 학력, 순위 등을 고려해 대학에 진학하며 진로를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우려다. 전공보다는 대학 이름을 우선한 선택을 내리는 일도 빈번하다.
대학 교육 역시 산업보다는 연구에 집중돼 있다. 나 교수는 “우리나라 교수들의 연구 능력은 세계 최고지만 정작 현업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은) 그냥 공부하다 보니 선택한 전공을 바탕으로 진로를 선택하면서 (삶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심화하는 ‘의대 쏠림’ 현상은 이런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나 교수는 “의과대학은 교육과 과학, 산업, 일자리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전공과 관련한 직업세계로 나아가기 전 현장에서 체험하는 ‘인턴’ 역시 의대에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이탈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나 진로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이들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들은 재교육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대학을 통해 전공과 관련된 직업 세계를 체험할 길도 좁다. 그러니 직무에 필요한 능력보다는 학벌, 영어 점수, 대외 활동 등 정량적 ‘스펙’을 우선해 사람을 뽑는다. NCS, 기술사 등 직능 검증이 가능한 표준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미미하다.
교육 시스템과 학생들의 삶이 단절된 셈이다. 나 교수는 “교육은 삶, 개인이 걷고자 하는 진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학생이 재능과 잠재력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발굴해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고, 대학은 전공 지식뿐만 아니라 산업, 고용 등 그들의 진로와 유기적으로 연결한 교육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나 교수는 “학생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며 “교육 안팎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진로를 결정하기에 실효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