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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씨젠에 수소사업 권유하는 주주들 왜

이지현 기자I 2021.02.13 10:0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씨젠…수소 사업하면 안 되나요?”

13일 코로나19 진단키트 대장주 씨젠(096530) 관련 종목토론방 등에는 이같은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사업 분야도 수소부터 2차전지까지 다양합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강세를 띤 분야라는 점입니다. 주주들의 이같은 요구를 이해하려면 씨젠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 씨젠…어떤 회사?

씨젠은 유전자 분석 관련 기술 및 시약 개발 등을 목적으로 2000년에 처음 설립된 기업입니다. 이후 현재까지 환자의 침이나 혈액 등으로부터 질병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중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분자진단을 핵심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은 씨젠에 도약의 기회였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이 크게 증가했던 4월, 씨젠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내에서 발생한 진단키트 수출 금액 비중은 21.1%에 불과했지만, 전고점을 기록한 11월 비중은 무려 52.5%까지 치솟았습니다. 진단키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씨젠이 달성한 셈입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제공
주가도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3만1400원(종가기준)이던 주가는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12만1000원까지 급상승했습니다.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8월 전세계에서 2차유행으로 확진자가 다시 급속도로 늘자 주가는 32만2200원으로 최고가를 터치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7만원 선으로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중간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씨젠의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시장에서는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돼 더는 진단키트가 필요치 않을 거라고 인식하고 있어서입니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배팅하는 투자자로서는 진단키트 대장주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발표됐음에도 관세청의 진단키트 수출데이터가 최대치를 연달아 경신했음에도 씨젠의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씨젠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3.8% 증가한 1조2303억원, 영업이익은 77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코로나19 유행은 지속되고 있는데다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상승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모바일 게임회사도 바이오 한다는데

투자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이 나오더라도 진단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검사 수요가 줄지 않을 거라며 목표가를 30만원선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마음은 조급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사업영역 확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입장에서 전혀 다른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모바일 게임회사 드래곤플라이(030350)는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바이오 관련 사업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천연물질을 원료로 한 코로나19 치료제 신약개발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모바일 게임회사가 바이오로 영역 확장에 나선 것입니다.

겉보기엔 게임회사가 생뚱맞은 사업에 손대는 게 아닐까 싶지만, 자세히 보면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드래곤플라이의 주식 366만주를 시스웍(269620)이 100억원에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시스웍의 최대주주는 진단기기 전문업체 비비비입니다. 시스웍도 당초 냉난방 공조시스템 제조 판매 사업을 해왔으나 지난해 8월 비비비에 인수된 후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번엔 드래곤플라이의 차례인 것입니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게임사업을 그대로 하면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 관련 의료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모기업과 함께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씨젠을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씨젠도 글로벌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인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글로벌 분자진단 기업으로서의 입지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씨젠의 사업영역 확대 가능성에 대해 씨젠 관계자는 “우린 진단회사다. 이 기술만 연구해온 회사”라며 “다른 업무로의 확장에 대해 지금 당장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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