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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정계·학계·종교계 공적 역할 고민을"

김은비 기자I 2020.08.27 06:00:00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인터뷰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사태
사회 내재된 갈등 뿌리 이해해야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사태의 핵심에는 심리적으로 소외된 계층들에 대한 방치가 있다. 그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포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해영 서울대 교수는 지난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여러 층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인 만큼 문제점이 뭐고 앞으로 어떻게 이 부분을 해결할지에 대한 공동체 전체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사진=성해영 서울대 교수)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개신교계가 서로 대립하고 사회적 비판까지 받는 상황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성 교수는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돼 그간 쌓여온 분노와 증오 같은 감정적 앙금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며 “한쪽이 옳고 틀렸다는 식의 주장으로 갈등만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종교심리학과 신비주의가 전공으로 ‘지금, 한국의 종교’(메디치미디어·2016), 대담집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북성재·2011) 등을 공동집필했다. 그는 지난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사회의 갈등을 심도있게 지켜본 종교학자의 관점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질문에 신중하게 답을 이어갔다.

사랑제일교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로 지목받고 있다. 전광훈 목사 추종자들이 이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이를 다시 전파하는 N차 감염까지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는 바이러스 테러에 당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이 교회 교인들은 검사를 거부하거나 병원에서 도주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사랑제일교회는 다른 교회들의 비난을 받았고 많은 대중은 개신교계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 교수는 “‘누구는 나쁘니까 처벌해야 돼’라는 일방적 단죄는 당장의 심리적 만족은 주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여러 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인 만큼 문제점이 뭐고 앞으로 어떻게 이 부분을 해결할지에 대한 공동체 전체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문제를 이해하려면 우리 사회 깊숙이 내재된 갈등의 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 75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한국 사회는 전쟁이라는 극단적 경험과 빠른 경제 성장이라는 급진적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충돌이 발생했을 때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는 공격하는 것만을 부득불 배울 수밖에 없었다. 성 교수는 단적인 예로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인민재판과 보도연맹 사건을 들었다. 그는 “어떤 입장을 취했냐에 따라 내 가족과 이웃이 눈앞에서 죽는 결과를 목도했다”며 “이후에도 친일 문제, 민주화 투쟁, 경제 발전으로 인한 빈부 격차, 남북 갈등 등 어느 나라도 겪지 못한 일들에서 강요된 선택과 그 결과가 집단적 트라우마로 뿌리 내렸다”고 말했다.

그 속에서 심리적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품었던 대표적 공간이 종교였고, 특히 교회였다고 성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친북·반미 좌파 척결’을 내건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해방과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을 몸소 겪은 세대가 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해소해줬을 것”이라며 “보수, 진보를 떠나서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해주는 이런 명료함이 종교적·정치적 극단주의의 대표적 특성”이라고 부연했다. 지방의 신도들이 사랑제일교회 예배 참석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교회 두 곳을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부분 정치적 입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들이 대외적으로 극단적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 천, 몇 만명이 모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리적으로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삶을 풍요롭게 인도하는 것이 교회와 목사의 역할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악용해 오히려 극단적으로 생각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고만 했다며 쓴 소리를 했다. 성 교수는 “전광훈 목사가 본인들이 대놓고 하기 힘든 얘기를 해주니 스피커로 키워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의 갈등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교육 등 많은 분야가 멈춰선 상황이다. 성 교수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특히 학계, 정치계, 종교계 등 오랫동안 ‘권위’를 인정받았던 집단들은 이해관계가 아닌 공적인 차원에서 요청되는 역할을 회복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교회에 대해서도 그는 “예수 탄생 이후 수 천년의 역사동안 교회가 이런 식으로 문을 닫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신앙이 무엇인지, 목회자와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제 근본적인 차원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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