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증거 있다"..부시 前대통령, 또 트럼프 비판

이준기 기자I 2018.02.09 08:16:37

"미국은 다카 수혜자들의 조국"..반 이민정책도 지적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조지 W.부시(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또다시 각을 세웠다. 이른바 ‘반(反) 이민정책’과 ‘러시아 선거개입 스캔들’을 거론하면서다. 공화당 출신인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의 막말과 분열적 가치를 비판하며 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데 이어 그에게 투표까지 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줄곧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 중인 부시 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입안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폐지를 추진 중인 데 대해 “미국은 그들(다카 수혜자들)의 조국”이라고 비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미국인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하는 이민자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그들을 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화씨 105도(섭씨 40.5도)의 날씨에 목화솜을 따려고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들의 식탁에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라며 수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우리 경제에는 이민 시스템이 잘 기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경 장벽을 쌓으려고 하는 멕시코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우회적으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인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이 ‘사실상 사실’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최근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최근 FBI 수사가 편향됐다고 비판한 이른바 ‘누네스 메모’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 스캔들은 “허구이자 음모”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개입이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러시아의 개입이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나라가 우리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문제가 있다”며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때만이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부시 전 대통령은 “그는 ‘제로섬’(한쪽이 이득을 보면 반드시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인 사람”이라며 “그는 ‘어떻게 하면 우리 둘 다 이길까’를 생각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이기고 남이 질까’만을 생각한다”고 분석,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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