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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명동역에 20대女 노린 마사지숍 호객꾼 '기승'

김보영 기자I 2016.07.08 06:30:00

고액 상품 결제 강요, 유사 성매매업소 유인도
전단지 명함 없이 일대일 호객..실제 단속 어려워

12일 오후 9시 서울 강남역 지하도상가에서 한 중년 여성이 젊은 여성에게 “피부관리실 체험 서비스를 받아보라”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대학생이야? 우리 피부관리숍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데 상담만 한번 받아봐요, 바로 요기 앞이야.”

지난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번 출구 앞. 근처를 배회하던 한 중년 여성이 혼자 길을 가던 20대 여성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바쁘다”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중년 여성은 “할인해 준다니깐 그러네”라며 막무가내였다.

◇강남·명동역 일대 호객꾼 기승

서울 시내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강남·명동 일대에 여대생 등 젊은 여성에게 마사지숍이나 피부관리실에서 나온 호객꾼들의 호객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호객꾼은 주로 40~50대 중년 여성들로, 할인행사를 한다거나 “홍보 모델을 해주면 피부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며 유인한 뒤 많게는 회당 수십만원이 넘는 고액 상품 결제를 강요하는 수법을 주로 쓴다.

심지어 고액 아르바이트라며 유사 성매매업소들로 유인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단속 권한을 가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예 방치하고 있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성모(25·여)씨는 “출퇴근때마다 강남역 출구를 나설 때까지 5~6명 정도의 호객꾼들과 마주치는데 정상적인 업소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소매를 잡아 끄는 등 극성스런 호객 행위 탓에 출퇴근 시간이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호객꾼들은 피부관리·마사지업소가 밀집한 강남역·명동역·을지로입구 역에 주로 진을 치고 있다. 역 출구 주변이나 역내 지하상가 코너마다 1~2명씩 있어 역 1곳당 많게는 최대 30여 명이 포진하고 있다. 한 호객꾼은 “운이 좋으면 10명 중 1명은 호객 행위에 넘어온다”며 “외모에 관심은 많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여대생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귀띔했다.

대학생 김모(23·여)씨는 할인쿠폰을 제공한다는 소리에 혹해 호객꾼을 따라갔다가 낭패를 봤다. 김씨는 “70% 할인 쿠폰을 준다기에 따라갔더니 1회 10만원짜리 피부관리 서비스를 받으라고 강권해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소비자 커뮤니티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수백만 원짜리 패키지 상품 구매를 강요당했다’ ‘피부관리 받으러 갔다 유사 성매매업소여서 도망쳤다’는 등 피해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 “전단지· 명함 없이 일대일 호객, 단속 어려워”

유사 성매매업소 호객까지 판 칠 정도로 극성 행위가 늘어난 것은 최근 강남·명동 일대에만 관련 업소가 100곳을 넘어설 정도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명동의 한 피부관리업소 원장 A(46)씨는 “고객 모집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호객꾼들이 넘쳐나자 유사 성매매 알선 업소까지 그 틈에 숨어들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며 “강남·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이미지가 나빠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호객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과 구분이 불가능한 옷차림을 한 이들을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강남서 소속 지구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적발하거나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서울시설공단 지하도상가위원회도 속수무책이긴 마찬가지다.

지하도상가위원회 관계자는 “지하도상가위원회의 관리 구간은 역 안으로 한정돼 있다”며 “역내 호객행위는 단속이 가능하지만 출구 쪽은 역 안으로 분류하지 않아 사실상 단속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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