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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안돼”…유럽 각국, 난민 수용 난색

김무연 기자I 2021.08.23 08:52:26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난민 위장 무장세력 유입 가능성”
그리스, 40km 장벽 설치…난민 유입 차단
오스트리아 “더 많은 난민 수용 분명히 반대”
美·英 등은 아프간 사태 고통 분담 촉구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유럽 국가가 공개적으로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앞서 시리아 난민 사태 때 관문 역할을 했던 국가들로, 더이상 난민 이주에 따른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은 각국의 분담을 강조하고 있어 국제 마찰이 예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프간 난민을 러시아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수용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난민으로 위장한 무장세력이 중앙아시아나 러시아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아프간) 난민들을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비자를 받을 때까지 중앙아 국가들에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라면서 “(서방국가들이) 우리의 이웃인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비자 없이 난민들을 들여보내고 자국으로는 데려가지 않겠다는 것은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리스 또한 지난 21일 터키를 경유해 유입되는 난민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 지역에 40km에 이르는 장벽 건설을 마쳤다. 아프간을 탈출해 터키를 거쳐 부유한 서유럽으로 이주하려는 난민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스는 지난 2015년 시리아발(發) 난민 사태 당시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했다.

미칼리스 크로소코이디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아프간 사태에 따른 난민 유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난민 유입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 우리 국경은 안전하고 불가침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그리스가 난민 위기의 최전선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다시는 난민 유입의 관문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난민 여성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AFP)


그리스와 더불어 난민이 유럽 이주 관문으로 활용됐던 오스트리아 또한 공식적으로 난민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자국 방송 채널인 플러스24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스트리아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라며 “나의 재임 기간 중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쿠르츠 총리는 “오스트리아는 이미 많은 난민 신청자를 받아들여 난민 수용에 큰 기여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내 아프간 난민은 지난해 기준 4만명 이상으로 독일(14만8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독일이 수용한 아프간 난민 수는 오스트리아보다 3배 이상 많지만, 오스트리아 인구가 독일의 9분의 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난민 비율은 오스트리아가 높단 설명이다.

난민 이주의 관문 역할을 담당했던 국가들이 난민 수용을 거부하면서 국제 사회에서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 영국 등은 세계 각국이 아프간 사태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코스타리카, 칠레 등이 난민 수용 의사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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