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에스컬레이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캐딜락 브랜드 내에서도 상당히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모델이다. 그 존재감은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 CT와 XT로 개편된 캐딜락의 새로운 네이밍 시스템은 전 모델 라인업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고 네이밍 시스템 도입 이전에 데뷔한 ATS와 CTS 역시 향후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이름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와중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유니크 네이밍’을 고수하고 있으며 놀랍게도 향후 모델 전략에서도 XT 시리즈가 아닌 에스컬레이드 그 자체로서 존재할 계획이니 에스컬레이드라는 그 존재 자체가 브랜드 내에서 가지고 있는 존재감을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캐딜락의 존재감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드는 과연 어떤 가치를 담고 있을까?
참고로 에스컬레이드는 이 육중한 차체 덕에 롱 휠 베이스 모델이 아님에도 2,946mm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를 자랑하며 공차중량 역시 2,650kg에 이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시승을 위해 만난 에스컬레이드는 에스컬레이드 역사에 있어 4세대 모델이다. 이 4세대 모델은 육중한 체격 아래 캐딜락 고유의 감성을 그 어떤 캐딜락보다 강력하고 명확하게 강조하는 모습이다. 특히 굵은 크롬 라인으로 구현된 프론트 그릴과 대형의 캐딜락 엠블럼, 그리고 LED 램프가 더해진 폭포수 헤드라이트까지 더해졌다.
특히 에스컬레이드 특유의 높은 보닛 라인과 전면부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프론트 그릴은 말 그대로 강렬한 존재감을 구현하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폭포수 헤드라이트는 단순히 화려하고 큼직한 실루엣 외에도 어드밴스드 포워드 라이팅 기능을 통해 야간 주행 중 운전자에게 더욱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기능적인 매력도 가지고 있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도 통일된 감성이 돋보인다. 트렁크 게이트는 넓은 면적과 함께 큼직한 캐딜락 엠블럼으로 다시 한번 차량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며 후방의 운전자에게 명료한 시인성을 전하는 광선검 형태의 라이트 블레이드 테일 램프를 통해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에스컬레이드의 실내 공간은 압도적으로 크고 여유로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최신의 캐딜락 인테리어 기조는 아니지만, ATS와 CTS와 함께 한 ‘듀얼콕핏’ 구성을 기반으로 구성된 실내 공간은 우아하면서도 과감한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를 비롯해 탑승자에게 시각을 비롯한 다양한 감성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넓은 공간은 다양한 기능으로 채워졌다. 특히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된 보스 센터포인트 서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말 그대로 플래그십 SUV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한편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역시 최신의 스타일링은 아니지만 우수한 시인성과 고급스러운 감성, 그리고 플래그십 모델의 선 굵은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에스컬레이드가 그 어떤 SUV보다도 강렬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원동력에는 V8 엔진의 힘이 크다. 에코텍3 V8 플렉스퓨얼로 명명된 새로운 V8 6.2L 엔진은 최고 출력 426마력과 62.2kg.m의 토크를 낸다. 최근 유행이라 할 수 있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아닌 V8 엔진으로 아메리칸 프리미엄의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매끄러운 가속에 초점을 맞춘 최신의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하고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최적의 주행 성능을 내는 4륜 구동 시스템을 채택했다. 국내 복합 연비 기준으로 6.9km/L의 복합 연비를 인증 받았으며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각각 6.0km/L와 8.5km/L의 연비를 갖췄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시승을 시작하기 위해 도어를 열었다. 기자의 체격이 큰 편이라 사실 어지간한 플래그십 SUV들도 그렇게 부담 없이 탈 수 있는데 에스컬레이드는 조금 달랐다. 시트 포지션이 기자의 허리 부근에 자리한 탓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차에 오르는’ 일을 겪었다.
어쨌든, 차에 오른 기자는 시트에 앉아 시트 포지션을 조절했다. 워낙 육중하고 큰 체격을 가진 에스컬레이드 고유의 높은 시트 포지션에 넓은 시야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기자는 개인적으로 낮은 시트 포지션을 선호하는 만큼, 시트의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큼직한 크기로 넓은 시야를 보장하는 아웃 사이드 미러를 조절하고 리어 뷰 카메라 미러를 활성화 시켜 후방 시야도 확보했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자 V8 엔진 특유의 불규칙한 사운드가 심장을 두드린다. 그리고 2.6톤에 이르는 육중한 차체가 마치 탄력을 얻은 듯 경쾌하게 발진하기 시작했다. 한번 RPM이 오르기 시작한 에스컬레이드는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무게와 속도를 더하며 육중한 중전차가 돌진하는 감성을 느끼게 했다.
변속기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 밝혔던 것처럼 토크 컨버터 고유의 부드러움과 함께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압박하는 빠른 변속감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꽤 터프한 감성을 연출하는 편인데 이 감성도 예전의 캐딜락이 가진 감성에 비해 많이 여리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을 난해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차량의 움직임은 운전자와 운전자가 아닌 사람에게 다르게 전해진다. 기자는 처음에는 조수석에 앉아 에스컬레이드의 움직임을 경험했는데 생각보다 노면의 충격을 능숙하게 거르면서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하는데 집중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으니 완전히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426마력을 내는 V8 6.2L 엔진을 품은 플래그십 SUV에게 뛰어난 효율성을 기대하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막상 주행을 하며 연비를 측정한 에스컬레이드는 제법 만족스러운 기록을 과시했다.
먼저 시승 기간 내내 누적된 기록을 찾아보면 550.4km의 거리를 달리며 공인 연비보다 높은 8.9km/L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심과 지방도 그리고 고속도로를 고르게 탄 결과인데 공인 연비보다 소폭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두번째 트립 컴퓨터 역시 서울 도심과 경기도 인근 등을 주행하며 얻은 데이터로 302.6km에서 10.0km/L의 연비를 발견했다.
참고로 에스컬레이드는 생각 정속 주행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2.6 톤의 자체가 자유로에서 90km/h의 속도로 달려 13.2km/L, 그러니까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드는 보는 순간부터 그 존재가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 지지 않을 존재다. 특히 캐딜락 고유의 감성이 담긴 외형과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은 물론이고 아메리칸의 혈통을 과시하는 V8 엔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물론 1억 3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분명 부단될 수 있겠지만 머리 속에서 쉽게 잊기엔 너무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