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일성 회고록' 출간 김승균 "안보 위협 납득 못해, 판매금지 법적 대응"

김은비 기자I 2021.05.01 10:46:27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펴낸 김승균 대표 인터뷰
"2011년 대법원 이적 표현물 판결, 출간 이후 뒤늦게 알아"
"항일운동에 관한 글이 이적 표현물이란 지적 납득 못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를 출간한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김승균(84)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선다.

김 대표는 1일 이데일리와의 전화에서 “국가에서 막무가내로 책 출판 및 판매를 금지하는 건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며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형사고발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달 1일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세기와 더불어’를 원전 그대로 출간해 국가보안법 위반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은 앞서 2011년 책에 대해 이적 표현물이라고 판결 내린바 있다.

지난 27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관련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앞서 일부 시민단체도 서울서부지법에 책에 대한 판매 및 배포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직 경찰 조사는 받은바 없다”며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책을 출간한 만큼 막무가내 식 탄압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관련 무역을 하는 중소기업 남북교역주식회사 대표이기도 한 김 대표는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남북 모두가 성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항일운동으로 공감대를 찾기 위해서”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북한을 이롭게 하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책을 출간한 후에야 대법원에서 2011년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 표현물로 판결 내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김일성의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떠들썩 할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법적인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여전히 책이 왜 이적 표현물로 지정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 주석이 어릴때부터 학창 및 항일운동 시절까지 활동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이 이적 표현물이 되기 위해서는 항일 운동이 이적 행위가 돼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국가에서 김일성에 대한 책이란 이유로 덮어놓고 이적 표현물이라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출간하면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세기와 더불어’를 두고 과거 일었던 김일성 미화와 사실관계 오류 등 논쟁에 대해서 그는 “당연히 회고록인데 독자들이 감안을 하고 읽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세기와 더불어’가 역사책도 아니고 회고록을 쓰면서는 누구든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다양한 책을 읽어 가면서 균형 있게 역사를 바로 잡는 게 역사의 진전”이라면서 “미화된 내용 그 자체로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이 왜 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했다.

최근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를 출간한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김승균(84) 대표는 3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책 판매 금지 결정시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사진=김승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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