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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태권V’ 보고 눈시울 붉힌 ‘김경근 롯데마트MD’

강신우 기자I 2017.10.09 11:01:53

오프로 스튜디오 김태헌 대표와 손잡다
“3개월간의 설득, 어느순간 진심이 통했다”
만화 속 원작 느낌에 충실한 '진짜 태권V'
“이윤보다는 ‘원작’의 감동, 선봬고 싶어”

김경근(33)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상품기획자(MD)가 잠실 롯데마트 본사에서 로봇 태권브이 피규어를 들고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로봇 태권브이 샘플을 딱 마주했을 때 순간 ‘이거구나’ 했습니다. 말 못할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했어요. 한 시간은 멍하니 태권브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김경근(33)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상품기획자(MD)는 성인 팔뚝보다 커 보이는 61cm의 대형 피규어(모형), 로봇 태권브이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 롯데마트 토이저러스가 국내 피규어 제작사인 오프로 스튜디오와 협업해 제작한 태권브이를 500개 한정 예약판매 한지 이틀만에 완판된 직후 김 씨를 만났다.

김 씨는 태권브이 세대가 아니다. 피규어 마니아도 아니다. 지난 4년간 롯데마트 부지개발팀에서 일하다 토이저러스MD로 발령난 것도 고작 7개월 전.

그래서 태권브이를 기획·판매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장난감 하나를 팔아도 ‘제대로 된 것’을 기획해보자”는 의욕에 전문가용 피규어에 발을 들이게 됐지만 쉽지 않았다. 마니아들의 피규어를 바라보는 ‘눈’, 그리고 제작자의 ‘장인정신’을 이해하기까지 100여 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규어 전문매장이 아닌 완구매장서 전문가용 피규어를 내다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경근(33)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상품기획자가 잠실 롯데마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처음엔 거부당했죠. 태권브이 만화를 다시 돌려보고 저도 피규어 마니아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매일 같이 찾아 갔습니다. 설득하고 또 설득했죠. ‘합시다’ 하고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김 씨가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를 통해 태권브이를 마니아층에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설득과 의지 때문이었다. 피규어 마니아층에서 입소문을 탄 피규어 제작 전문업체 오프로 스튜디오. 김 씨는 김태헌(38) 오프로 스튜디오 대표와 손잡기 위해 백방(百方)으로 뛰어다녔다.

김 대표는 “김 씨는 피규어 콜렉터도 (아니고) 이 바닥을 전혀 모르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저 돈 벌려고 온 사람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좋은 피규어를 상품화하려는 의지가 컸고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어느 순간 진심을 느끼게 돼 손을 잡게 됐죠”라고 전했다.

로봇 태권브이 피규어가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서 있다. 이데일리DB
김 씨가 김 대표를 알게 된 건 ‘구닥동’이란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다. 구닥동은 레트로(복고)풍의 게이머들이 모인 공간이다. 레트로 게임에 흥미가 있던 김 씨는 이 카페에 ‘태권브이를 론칭하고 싶은데 조언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피규어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수십개의 댓글과 쪽지, 반응은 뜨거웠다. 피규어 마이아 층의 요청은 하나였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달라.’ 앞서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태권브이를 현대식으로 변형한 피규어를 선보였다. 김 씨는 “태권브이 마니아층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원작에 충실하거나 관절이 많은 세련된 태권브이를 원하거나. 이들의 니즈(욕구)에 맞는 피규어를 기획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그리고 따라 붙은 요청이 ‘오프로 스튜디오에 제작을 맡겨달라’ 였다. 김 씨와 김 대표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로봇 태권브이 피규어가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서 있다. 이데일리DB
그 인연이 만들어낸 이번 태권브이는 최대한 원작에 충실했다. 도색에 음영을 넣어 듬직한 자태를 더욱 뽐낼 수 있게 했다. 불끈 쥔 주먹과 날카로운 콧날이 돋보인다. 재질은 충격과 열에 강한 합성수지와 소프트 비닐을 사용했다. LED를 이용해 눈과 가슴에서 붉은빛이 나온다. 만화 속 태권브이가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김 씨는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마니아층이 아닌 분들도 태권브이를 보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앞으로도 제2, 3의 태권브이를 계속 기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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