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권경찰의 시작은 소통…'찾아가는 파출소' 연 수서서 대치지구대

김성훈 기자I 2017.06.19 06:30:00

수서서 대치지구대 '소통 파출소' 운영 눈길
지문 등록·민원 상담 진행하며 주민과 '소통'
경찰 방문 망설이던 할머니와 만남이 계기
"어려움 같이 한다면 경찰 편하게 생각할 것"

13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4동 주민센터 앞 대치 목련공원에 마련된 소통 파출소를 한 시민이 자녀의 지문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대치지구대)
[이데일리 김성훈 김무연 기자] “주민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4동 주민센터 앞 대치 목련공원. 7명의 경찰이 천막을 치고 의자와 책상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근처 양로원에 있던 할머니와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자 경찰관들은 준비해 온 사탕과 호루라기를 나눠줬다.

이곳은 수서경찰서 대치지구대가 지난달부터 운영해온 ‘소통 파출소’다. 대형 행사장에 이동식 파출소가 설치된 적은 있지만 정기적으로 이동식 파출소를 운영하는 것은 대치지구대가 처음이다. 주민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방법을 찾다가 가깝게 만날 공간을 직접 만든 것이다. 최근 경찰의 화두인 ‘인권’이 주민과의 소통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통 파출소의 첫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박용증 대치지구대장(48·경정)이다. 지난 1995년 경찰 간부 후보 43기로 입문한 박 대장은 올 2월 대치지구대장 발령 전까지 4년간 필리핀 대사관에서 경찰 영사로 근무했다. 박 대장은 그곳에서 몸값을 노리고 한국인을 납치한 필리핀 해적과 협상을 벌이는 등 굵직한 강력 사건들을 도맡았다.

박용증 대치지구대장(사진=대치지구대)
한국으로 돌아온 박 대장이 소통 파출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순찰 중 만난 한 할머니의 하소연이었다.

박 대장은 “사기를 당했는데 경찰서가 무서워 방문하지 못했다는 할머니의 말에 많이 안타까웠다”며 “시민분들이 지구대와 경찰서를 방문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현재 모습의 소통 파출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통 파출소는 주 1~2회 오전 10~11시까지 운영한다. 민원 출동이 많은 날에도 시간을 미뤄서라도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치매노인과 아동이 실종될 때를 대비한 지문 등록과 자전거 도난방지용 스티커 배포, 간단한 민원 상담 등이 이뤄진다.

한 달 새 입소문이 나면서 몇몇 주민이 학생들의 일탈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 등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는 게 대치지구대 측 설명이다.

박 대장은 필리핀에서의 근무 경험을 살려 소통 파출소를 찾는 외국인들의 응대를 맡고 있다. 그는 “외국에 살다 보니 현지 사람이 건네는 가벼운 인사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더라”며 “그들에게도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소통 파출소를 통해 경찰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찾아와 고생한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고 어린이들이 사진을 찍자고 조르기도 한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주민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면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경찰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