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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져보기]클래식음악제 기간에도 거리엔 팝송만…

김용운 기자I 2012.03.26 09:23:57

열 돌 맞은 통영국제음악제, 그 의미와 과제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6일자 26면에 게재됐습니다.
▲ 지난 23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제10회 통영국제음악제가 ‘소통’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최근 몇 해 동안 유료관객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등 한국 대표 국제음악제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더 큰 발전을 위해 개선할 점도 눈에 띄었다.(사진=김용운 기자)
[통영=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 23일 개막해 1주일간 일정을 시작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윤이상 가곡의 밤` `통영현대음악제`를 거쳐 2002년 `서주와 초상`이란 주제로 첫 막을 올린 후 10년간의 역사를 쌓아왔다.

이 기간 동안 6544명 연주자가 음악제 무대에 올라와 211번 공연으로 청중을 맞이했다. 그 중에는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주빈 메타와 빈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크로노스 콰르텟,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 사라 장, 조르디 사발, 강동석, 임동혁 등 클래식음악계의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서울에서도 보기 어려운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인구 14만명의 작은 도시 경남 통영에 와서 기꺼이 연주를 펼친 것이다. 덕분에 10년간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은 관객은 84만명에 이르렀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이처럼 초기 예상을 깨고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우선 현대음악의 세계적인 거장으로 평가받는 윤이상의 고향이란 점이 컸다. 지난해부터 예술감독을 맡은 알렉산더 리브라이히는 “윤이상의 고향이라고 하면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곳이라 해도 외국 연주자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밝혔다. 윤이상이 생전 자신의 음악세계가 통영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비롯됐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음악제의 초석을 놓은 고 박성용 통영국제음악제 재단 초대 이사장의 희생적인 노력과 조례를 통해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지원을 약속한 통영시의 관심도 통영국제음악제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덕분에 통영시민회관에서의 더부살이를 끝내고 2014년에는 1500석 규모의 음악제 전용관에서 개막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통영국제음악제가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적잖다. 우선 음악제 전담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통영국제음악제의 실무를 담당하는 재단 사무국 직원은 10여명 남짓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으로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공연장 안에서 내부직원이 조정실 문을 두드리는 등 잔소음을 `유발하는` 웃지못할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지난 24일 열린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음악제 10년을 결산하는 보고서조차 나오지 않았고 클래식음악계 관계자들 역시 보기 드물었다. 음악제 전체 진행을 조망하고 기획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서다. `전문 인력부족`은 통영국제음악제 측도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또한 음악제와 통영시민들과의 유기적인 협력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시내 곳곳에 음악제 현수막이 걸렸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국제음악제보다 한려수도 굴축제에 더 쏠렸다. 시내 중심가인 항남로 일대 상가 스피커에서는 팝송만 흘러나왔다. 인구 20만명이 안 되는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세계 최고의 클래식음악제로 위상이 높아진 건 음악제 기간 중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승근 통영국제음악제 이사는 “지금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며 “앞으로 이를 보완해 아시아에서 중심이 되는 국제음악제, 젊은 관객들이 찾아오는 음악제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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