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국토부 장관은 수송 수요와 택시 총량뿐 아니라 사업계획의 차별성이라는 항목을 평가해 플랫폼 택시를 허가한다. 한마디로 모빌리티의 혁신성을 정부가 판단해 허가하도록 만든 것이다. 국토부 장관은 플랫폼운송사업의 질서 확립을 위해 허가 조건을 붙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혁신 서비스는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로서는 억울할 수 있겠다. 택시 운전자들이 카풀업체 풀러스부터 카카오, 타다까지 반발해 제도화하지 않으면 안 될 때라고 봤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모빌리티 금지법이 아니라 혁신할 수 있는 틀과 장을 만들어 주는 법”이라고 옹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의 당위와 명분이 있더라도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외면하거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법이라면 재고가 필요하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나, 시민이 불편해지고 이미 존재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한하는 일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타다와 비슷한 카카오 택시, 마카롱 택시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식이라면 공무원이 모든 걸 통제하는 공무원 중심 사회와 다르지 않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A씨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기업들이 혁신해야 할 것은 거의 없다. 내버려 두면 스스로 잘한다”면서 “유연하고 미래 지향적인 국회와 정부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T의 차기 회장을 뽑는데도 공무원 출신들이 화제다. KT 전·현직 임원들 외에 문화부 장관 출신인 정동채(70) 씨와 정통부 장관 출신인 노준형(66) 씨가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 장관은 손꼽히는 친문인사로 총리 후보나 비서실장 후보로도 세평에 올랐다. 노 전 장관은 온화한 성품에 ICT를 잘 알고 전·현직 공무원들의 지지를 받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리스크에 시달려온 KT인 만큼, 두 장관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리더십에서 앞선다는 평이다.
하지만 관(官)출신이어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자기희생과 소신이 덕목인 공무원으로서의 경쟁력과 끊임없이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 혁신해야만 살아남는 기업인의 경쟁력은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