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회복세 접어들었지만...이자 부담스러운 호텔롯데

윤정훈 기자I 2023.06.21 08:29:40

호텔롯데, 1분기 기준 순차입금 9조 1000억원
고금리 이어지면서 이자비용 부담↑
50주년 비전 ‘문화·관광 콘텐츠 기업’으로 내걸어
“하반기 실적 우상향 기대…자산매각 통해 재무구조 개선”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호텔롯데가 엔데믹에 힘입어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만 부채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빌렸던 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마련이 힘든 만큼 호텔롯데는 실적 개선과 자산 매각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각오다.

롯데호텔 서울 전경(사진=호텔롯데)
◇순차입금 9.1조…고금리에 치솟는 이자비용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1분기 기준 순차입금(차입금, 사채 및 리스부채) 규모는 약 9조1000억원이다. 작년 연말(9조3000억원) 대비 2000억원 줄어들었지만 자본금 대비 높은 수준이다. 연 이자율 3%로만 단순 계산해도 연간 270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부채비율도 166.4%로 정점이었던 2021년(180.5%)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동종업계 호텔신라(73.3%)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호텔롯데는 매달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에도 2년물(800억원·4.5%)과 3년물(830억원·4.7%)을 더해 총 163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4%대 후반 이자율로 발행했다. 5%대로 자금을 조달했던 지난 1~2월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금리수준이 부담스럽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의 상환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호텔롯데의 부채가 많아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력사업인 호텔·면세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현금 창출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호텔롯데는 장·단기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2016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대내외 환경 악화로 미뤄진 것도 자금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당사의 기업공개 재추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대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IPO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신號 호텔롯데 ‘문화·관광 콘텐츠 기업’으로 재도약.

이완신 롯데 호텔군HQ 총괄대표(사진=호텔롯데)
이완신 롯데호텔군HQ 총괄대표는 위기극복을 위해 자산매각과 체질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 총괄대표는 올해 호텔롯데 50주년 기념식에서 ‘Expand Your Experience(롯데와 경험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라는 새 비전을 발표하며 ‘문화·관광 콘텐츠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6년 IPO 추진 당시 평가받던 20조원 기업가치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재도약을 위한 전략으로는 △글로벌 호텔 체인 확대(호텔) △하이엔드·초럭셔리 매장 도입을 통한 트레블리테일(Travel Retail) 리더 도약(면세점)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및 관련 산업 리더 도약(월드)을 발표했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롯데는 최근 3년간 부동산과 보유하고 있는 지분주식을 적극 매각하고 있다. 지난 4월 롯데스카이힐김해를 메가스터디에 621억원에 매각한 것도 그 일환이다. 앞서 2020년에는 롯데푸드(지난해 롯데제과에 합병·372억원), 롯데캐피탈(397억원) 지분을 매각했다. 2021년에는 롯데월드 타워·몰 지분을 롯데물산에 5542억원에 매각했다. 작년에는 2022년 ‘Lotte Properties HCMC Co. Ltd.’ 지분 일부(216억원) 및 ‘Coralis S.A.’ 지분 100%(786억원) 매각, 롯데칠성(005300)음료 지분 전량 매각(379억원)을 단행했다.

주력사업인 호텔사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행객과 출장객의 증가로 호텔과 월드사업부는 코로나 이전 매출과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면세사업부는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매출이 감소하면서 실적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6월 이후로는 본격적인 성수기 도입으로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업과 관련없는 자산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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