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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보행 신호에도 ‘쌩쌩’…도로 위 무법자 ‘자전거’ 어쩌나

김범준 기자I 2023.02.17 08:33:02

지난해 전국 자전거 가해자 교통사고 5371건
사망자 전년보다 30%↑
“달리고 싶어서” 신호 무시에 보행자 위협도
“경찰-지자체 자전거 안전교육·단속 강화 필요”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윤아(33)씨는 최근 남산 인근 한남대로에서 자가용 운전을 하다가 자전거와 교통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우회전을 하려고 맨 바깥 차선에서 깜빡이를 켜고 사이드미러를 살피니 사이클 복장을 한 자전거 두 대가 갓길로 주행하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자전거 속도가 줄지 않자 이씨는 주의하라는 뜻으로 가볍게 경적을 울렸지만, 자전거 주행자는 오히려 이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질주해 사라졌다. 이씨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날 이후 자전거만 보면 숨이 가빠진다고 했다.

자전거가 일상 속 이동 수단이자 여가 시간 운동·취미로 대중화되면서 국내 자전거 인구도 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이미 지난 2017년에 134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기온 상승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로 다시 거리에 나오는 자전거들이 빠르게 늘면서 관련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한 도로에서 자전거 운전자들이 하차하지 않고 보행자들과 섞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작년 자전거 가해자 교통사고 5371건…사망자 전년比 30%↑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자전거(가해자) 교통사고 건수는 5371건, 사망자는 91명, 부상자는 584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사고 건수는 138건(2.5%)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30%(21명)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와 피해자 경우를 모두 합친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도 상당하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전거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1만3693건, 2020년 1만3754건, 2021년 1만3469건으로 매년 1만3000건 안팎 수준이다. 주로 목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후 2시부터 8시 사이에 사고 빈도가 높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헬멧 등 보호장비를 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나 일반 차도 맨 우측 가장자리에서 타야 한다.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시 다른 차량처럼 정차해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끌고 가야 한다.

또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인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다만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닐 수 있는 공원길과 일부 인도 등 겸용도로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주행 시 보행자 옆을 지날 때 반드시 서행하며 보행자가 우선적으로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규정과 다른 경우가 많다. 보행로에서 자전거가 보행자에게 먼저 경적을 울리거나, 특히 자전거를 운동으로 즐기는 일부 주행자들은 자신의 기록 경신에 몰두해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하지 않고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막무가내 적반하장식 백태를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모(36)씨는 “운전을 하다가 코너 길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를 보고 급정거했지만 피치 못하게 충돌한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내 과실이 더 크게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정모(28)씨는 “여의도공원이나 한강공원에서 조깅과 산책을 하다 보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사이클 자전거들과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자전거가 걸음이 느린 노인들과 여성, 아이들 사이를 아찔하게 다니면서 주행에 방해된다고 되레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다”고 했다.

도로·보행로 주행 시 안전의식 더 필요…“교육·단속 강화해야”

경찰과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자전거 이용자들이 스스로 자동차 운전 수준으로 안전 의식을 기르고 교통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법규 위반 시 단속과 범칙금 등 처벌 강화와 함께,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업해 올바른 자전거 타기 교육과 홍보 캠페인도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현재 경찰은 자전거의 인도 통행 등을 적발하면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관련 법령에 따라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자전거 운전자들이 빨리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고 싶어서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도로와 보행로를 오간다”며 “이 경우 자동차 및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 가능성이 커지므로 반드시 서행하는 등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이용수칙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전거는 상대적으로 안전장치가 미흡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과 안내 등이 부족하다”며 “경찰과 지자체가 손잡고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한 교육과 홍보 강화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보행자를 위협하는 사고 위험성에 대해 경찰이 적절하게 계도와 단속하는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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