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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스몰 웨딩도 반강제 시대… 예비부부도 하객도 부들부들

김무연 기자I 2020.08.22 10:00:00

허례허식 폐지 기조 맞춘 스몰 웨딩 유행 사그라들어
50인 이상 대면 집합 금지… 사실상 반강제로 시행
하객도 50명 밑으로… 어길 시 하객도 300만원 벌금
“에어컨 비말로 다 퍼지는 왜 결혼식만?” 불만 잇따라

호텔들의 스몰 웨딩 패키지 이미지(사진=JW메리어트, 밀레니엄힐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다시 ‘작은 결혼’, 스몰 웨딩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과거 스몰웨딩이 유행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 스몰 웨딩은 진심으로 자신을 축복해 줄 가까운 사람만을 초대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굳이 축의금을 걷을 목적으로 데면데면한 사람들까지 부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스몰 웨딩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결정된 측면이 강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정부에서 결혼식을 비롯해 돌잔치, 세미나 등 실내 모임의 경우 50인 미만 참석할 수 있도록 강제한 탓이다. 성대한 결혼식을 원했던 예비부부들도 부득불 결혼식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 인천 및 경기 지역에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확산해 가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란 설명이다.

이나영(왼쪽부터)이 결혼 서약서를 읽는 모습을 바라보는 원빈.(사진=이데일리DB)


◇ 사그라든 스몰 웨딩 유행, 왜?

스몰 웨딩은 2010년대 유행처럼 번져나간 새로운 결혼식 풍조다. 고급 웨딩홀에 수백 명의 하객을 불러 값비싼 식사를 대접하는 허례허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스몰 웨딩의 목적이었다. 특히 원빈-이나영, 이상순-이효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스몰 웨딩으로 식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스몰 웨딩은 일종의 로망처럼 번져갔다.

그러나 스몰 웨딩 유행도 2010년 후반기에 접어서는 서서히 사그라졌다. 우리나라에선 스몰 웨딩이 일반식만큼이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문제였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 넓은 마당을 지닌 자가 주택이기 때문에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교회 공동체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예배를 겸해 간소하게 치르는 경우도 잦다.

우리나라는 단독전원주택이나 시골 마당이 아닌 이상은 예식을 치를 만한 장소가 부족하다. 결국 스몰 웨딩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 식당, 야외예식장 등을 찾아야 한다. 이런 장소들은 대형 웨딩홀이나 호텔처럼 규모의 경제를 바랄 수 없어 객단가가 비싸져 결국 비용이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최근 스몰 웨딩은 가까운 일가친족 또는 오랜 친구만을 소수 불러 제대로 축하를 받고 대접한다는 의미가 강해졌다. 이에 따라 특급 호텔에서는 수백 명이 착석할 수 있는 그랜드 블룸이 아니라 야외 자투리 공간이나 작은 연회장을 활용하는 스몰 웨딩 상품이 인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하객 수가 적을 뿐 하객 식대나 내부 장식용 꽃 등을 최고급으로 하는 부부가 많아 단가는 외려 높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하객 줄이는데, 최소 보증 인원은 그대로?

이런 상황에서 스몰 웨딩을 고려하지 않은 예비부부들로서는 하객 제한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득이하게 결혼식을 하반기로 미뤘던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대다수가 울며 겨자먹기로 하객 수를 줄이는 실정이다.

문제는 하객 수를 줄이면서 웨딩홀 측과 최소 보증 인원을 두고 설전이 오간다는 점이다. 통상 결혼식을 할 때 식장 측은 하객 수를 200~300명 정도로 잡아두고 식대를 정하는데, 이때 산정하는 최소 하객 수가 최소 보증 인원이다. 예비부부 측은 정부 지침으로 하객 수에 제한이 걸렸으니 최소 보증 인원을 낮춰달라 요구하지만 식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음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랑 남모(31)씨는 “계약한 호텔 측이 최소 보증 인원을 줄이는 대신 와인 몇 병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로 갈음하려 한다”라면서 “이에 따라 나처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과 호텔 사이에 설전이 오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업중앙회에 결혼식 연기 시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식을 진행할 경우 최소 보증 인원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식업중앙회는 지난 21일 공정위의 제안을 수락했다. 단, 예식업중앙회에 가입된 150여개 회원사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는 전체 예식업체의 30% 안팎에만 적용이 되는 셈이다.

◇ 예비 부부도 하객도 여전히 불만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결혼식, 돌잔치 등만 콕 집어 금지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사람이 다수 몰리는 시설은 통제하지 않으면서 평생 한 번 있는 이벤트만 규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란 것이다.

결혼식을 앞둔 양모(28·여)씨는 “뉴스를 보니 파주 스타벅스 감염자 확산은 에어컨 바람을 타고 비말이 전파됐기 때문이더라”라며 “마트, 백화점, 카페 등 사람이 몰리는 장소 또한 에어컨 등으로 코로나가 급격히 퍼질 수 있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결혼식 등 모임만 막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담은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운 것도 있지만 50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결혼식 주체자는 물론 하객들까지 3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맘에 걸리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절친한 선배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최모(30)씨는 “선배 부부의 결혼식은 연회장을 분리해 하객을 수용하기 때문에 100명 가까이 하객이 오더라도 50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들었다”라면서도 “그래도 일단 한 건물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다 혹여 단속을 당해 벌금을 물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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