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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라도…" 공포마케팅에 학원비 못 줄이는 부모들

김형환 기자I 2023.03.03 09:00:00

물가 상승에 학원비도 줄줄이 인상
학부모 불안 이용하는 학원 마케팅
초등학생 대상 의대 준비반도 성행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계속되는 고물가에도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줄이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학원들이 이를 악용해 홍보에 나섰다. 이에 교육당국의 실효성 있는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모습(사진=연합뉴스)
2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학부모들은 고물가에 생활비는 줄이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지난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학부모 8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34명(89.1%)가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생활비를 줄이고 있는 734명 중 75.5%가 ‘사교육비를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렸다’고 응답했다.

학원비 역시 물가 상승에 따라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교습비 조정기준을 3.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교습비 조정기준은 학원·교습소 등이 학원비를 무리하게 인상하지 못하도록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이 결정하는 단가다. 서울·대전·강원·울산 등 전국 다수 지역이 조정기준을 지난해 인상하거나 올해 인상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인건비부터 임대료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어 학원비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고물가와 함께 오른 학원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중2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모(48)씨는 “살기 팍팍해도 아이 사교육비를 줄이기는 불안하다”며 “내년이면 중3이라 더 돈이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초6 딸을 키우고 있는 박모(47)씨는 “아이가 저학년 때 몸이 아파서 사교육을 거의 못 시켰었다”며 “빚을 내서라도 아이가 원하는 공부는 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학원들은 이러한 학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선행학습을 강력히 권하는 방식이다. 경기 수원의 한 학원은 “대입 결과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결정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는 “의대에 가려면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고등학교 과정을) 한바퀴 돌려야 된다”며 종합반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원·교습소 등에 대한 지도·점검의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있다. 교육청에서는 관내 모든 학원·교습소 등을 점검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기준 관내 2만4350개의 학원·교습소·개인 과외 등이 있지만 이를 단속하는 인력은 31명뿐이다. 1인당 800개에 가까운 학원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으로 관내 모든 곳을 점검·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력을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지만 절대적 숫자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단체들은 사교육업체의 공포마케팅에 대한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홍민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교육당국이 수시로 단속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사교육업체들의 공포마케팅을 어느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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