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수돗물 유충 사태로 생수 판매가 급증하자 하이트진로음료에 탐사수 공급량을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일부터 25일까지 하이트진로음료의 탐사수 출고량은 전월(6월 1일~25일)대비 30% 증가했다.
현재 탐사수는 하이트진로음료와 화인바이오, 산수음료, 삼정샘물 등이 생산 중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 이후 물량이 급증한 2ℓ 제품은 하이트진로음료와 화인바이오가 맡고 있다.
쿠팡은 이 중 대형업체인 하이트진로음료에 발주량을 늘렸지만 다른 일부 업체에는 오히려 이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수급과 품질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정적인 생수 수급이 필요한 이유는 고객들의 구매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탐사수는 쿠팡의 PB 중 1위를 줄곧 이어가고 있는 상품이다.
다만 쿠팡이 기존보다 30% 많은 물량을 공급받았음에도 자칫하면 생수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 탐사수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쉽지 않아서다.
우선 제조사 측에서 이미 여름에 앞서 탐사수 생산량을 최대한으로 높여놨다는 점이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 사실상 추가 생산을 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기존 물량의 30%에 달하는 출고량 증가도 유례없던 일이지만 이것만으로 늘어나고 있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 2018년 말부터 탐사수 중 일부의 생산을 맡아왔는데 이번처럼 급격한 출고량 확대는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출고한 30%보다 더 많은 양을 쿠팡이 발주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흘러나온다.
제조사의 자사 제품인 ‘석수’와 탐사수의 수원지(水原地)가 같다는 점도 쿠팡이 탐사수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숨겨진 이유로 꼽힌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세종시 전의면과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일대에서 석수를 생산 중이다. 하이트진로음료가 담당하는 탐사수 역시 이 두 곳에서 만들어진다.
통상 식품 제조업체들은 자사가 업계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면 해당 제품군에 대한 유통사 PB를 제조하지 않지만 이 외 업체들은 판매 다각화 차원에서 다른 회사의 PB에도 참여한다. 석수 역시 생수업계에서는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는 만큼 탐사수 PB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 수원지에서 생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량이 한정돼 있는 가운데 예상 밖 사태로 물량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즉, 탐사수 물량만을 크게 늘리면 자사 제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무턱대고 쿠팡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탐사수가 PB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맞다”며 “발주 확대 요청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