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니까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관심이 쏠린 거죠. 대형 건설사까지 들어온다고 하니까 투자자들 관심이 더 커졌어요.”(강북구 K공인중개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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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가능성 큰 장위동·종암동 빌라 호재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성북구 장위 11-3구역에서만 노후 빌라 매매 계약 2건이 성사됐다. 두 물건 모두 지은지 20년 정도 된 빌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이틀 만에 팔렸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 해당 매물을 중개한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물량을 공개하자 마자 바로 팔렸다”며 “그것도 전화상으로 가계약부터 했다”고 전했다.
매매가 이뤄진 A빌라(3층·2룸) 가격은 3억 3000만원으로 대지지분은 21㎡다. 1억 5000만원 보증금에 전세 상태로, 매입자는 1억8000만원만 투자한 것이다. 같은 시기 B빌라(5층·1.5룸·대지 면적 20㎡)도 2억 9000만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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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동 뿐 아니라 종암동의 노후 주택·빌라도 매매 시장에 나오는 즉시 팔리는 분위기다. 종암 C빌라(대지면적 25㎡)도 시장에 나온지 일주일만에 2억 4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개인이 아닌 법인이 매수한 빌라로, 다주택자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빌라가 있는 종암동 일대도 현재 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 3개월 새 사업장 5곳 증가…정부 지원 ‘톡톡’
최근 낡은 빌라가 부동산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정부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 지원 영향이다. 지난 6일 정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규제 완화, 주차장 설치의무 완화, 분양가 상한제 규제 완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큰 도로와 인접한 낡은 빌라나 단독주택 일대를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사업 진행속도도 민간 재개발 사업보다 2배 이상 빨라 주민들도 큰 부담없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은 총 60곳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5곳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노린 ‘투자’ 목적의 낡은 빌라 매입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아직 사업 자체가 초기 단계라 수익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인 탓에 주변 인프라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인프라의 한계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수익성이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며 “실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