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관용의 軍界一學]미사일과의 경계 허문 北 신형 방사포

김관용 기자I 2019.08.04 10:28:1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정보당국이 지난 달 31일과 이번 달 2일 북한이 발사했다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분석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비행특성 등이 앞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하지만 북한의 주장과 공개한 사진 등을 보면 방사포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3일 조선중앙방송은 7월 31일과 지난 2일 또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을 실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근접 촬영을 해서 것이어서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 형태와 발사관 모습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들 발표에도 한미는 탄도미사일이라며 발사체 기종에 대해 부인하고 있어 방사포 발사관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진을 보면 발사관은 2열 6개로 추정됩니다.

특히 한미 군 당국이 ‘사진조작설’까지 제기한 것을 의식한 듯 북한은 이번에는 발사체 제원까지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시험사격은 대구경 조종 방사탄의 고도억제 비행성능과 궤도조종능력 및 목표 명중성을 검열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기존 방사포 성능을 벗어난 ‘유도미사일급 방사포’를 개발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새벽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또다시 지도했다며 노동신문이 3일 보도한 사진이다. 발사관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뉴시스]
◇기존 방사포, 위력 약하고 유도기능 없어

다연장포(Multiple Rocket Launcher)인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Short-range ballistic missile launches)은 다른 무기체계입니다. 사거리는 유사할 수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 모두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하지만, 이동식 발사대의 모양과 크기, 발사관을 세우는 방식 등이 다릅니다.

실제로 방사포의 경우 탄두 무게가 탄도미사일 보다 가벼워 파괴력도 그만큼 작습니다. 북한의 300mm 방사포의 탄두무게는 100kg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방사포는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비행고도가 탄도미사일 보다 낮습니다. 한 번에 여러 발을 발사할 수 있고 한 발의 위력이 일반 야포탄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넓은 범위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도 기능이 없어 야포에 비해 정확도가 낮고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오차범위는 늘어납니다.

이와는 다르게 탄도미사일은 넓은 지역을 파괴하는 무기체계입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B의 경우 탄두중량이 1톤 가량입니다. 특히 탄도미사일은 로켓 엔진의 추진력으로 비행하는데, 일정 높이에서 추진제 연소가 끝나고 그 이후 자유 비행을 하기 때문에 비행궤적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립니다.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기 위한 유도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시험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의 경우 정점고도에서 하강한 후 수평으로 비행하다 다시 상승해 일반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궤적을 보였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새벽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또다시 지도했다며 노동신문이 3일 보도한 사진이다. 왼쪽은 김 위원장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 탄두의 위력이 더 커졌음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北 신형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 경계 모호

그러나 북한의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경우 기존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합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신형 방사포의 시험사격에서 △고도억제 수평비행성능 △ 궤도변칙 능력 △목표 명중성 △전투부 폭발 위력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도억제 수평 비행 성능은 고도를 낮게 해 우리 측 레이더가 늦게 탐지하도록 하고 요격도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2일 발사체의 고도는 약 25㎞, 추정 비행거리는 220여㎞ 였습니다. 기존 300㎜ 방사포의 최대고도가 40~50㎞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높이입니다. 그러면서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에 달했습니다. 이는 탄도미사일급 속도로 평가됩니다.

이와 함께 궤도변칙 능력의 경우 탄두부에 달린 보조날개(카나드)를 통해 변칙 기동을 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경우에도 활강과 상승 등 급격한 기동을 하는데, 이같은 변칙 기동 탓에 한·미 정보당국은 신형 방사포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비행 특성이 비슷하다고 판단한듯 합니다.

특히 목표물 명중성과 탄두 폭발위력 주장은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구분을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북한은 지난 1일 대구경 조종 방사포탄이 함경남도 무수단리 해상 근처의 한 바위섬을 정확히 타격한 사진을 공개한바 있습니다. GPS 위성항법과 INS 관성항법 등 유도장치를 장착했다는 의미입니다. 3일에도 역시 목표물을 타격하면서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는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신형 300㎜ 방사포(KN-09) 시험 발사 당시에도 바위섬을 타격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그때의 화염과 연기 규모는 이번보다 작았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구경 조종 방사포탄의 위력이 더 커졌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의 이같은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에 대해 한·미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발사체 제원과 대북 정보수집 및 판단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