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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 “실리콘밸리서 받은 충격, 한국에서 재현하고 싶었다”

박철근 기자I 2016.09.06 07:00:00

김영달 아이디스그룹 대표 인터뷰
교수·연구원 꿈꾸다 실리콘밸리 경험 후 창업 결심
1997년 창업 후 DVR·카지노 게임기 모니터 등 세계 1위 달성... 지속가능성장 위해 지주회사 전환·M&A 박차
선택과 집중ㆍR&D가 성공열쇠
2020년 그룹 매출 1조 목표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KAIST 박사과정 중이던 1995년 당시 지도교수 조언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원자현미경 제조회사 PSI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였지만 기술력만 있으면 거래를 원하는 회사들이 줄서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영달(48) 아이디스(143160)그룹 대표는 가난했던 환경 탓에 교수나 연구원 등 안정적인 삶을 꿈꿨다. 그는 “KAIST에 진학한 이유도 학비가 전액 지원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진로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인턴을 마치고 1996년 귀국한 그는 동료 4명과 창업에 뜻을 같이하고 자본금 5000만원을 마련했다. 김 대표가 찾은 아이템은 바로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DVR)이다.

그는 “우연히 대학 경비실 구석에 쌓인 폐쇄회로TV(CCTV) 테이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테이프를 일일이 보관하지 않아도 되고 화면 찾기도 편하도록 디지털로 영상을 저장하는 장치를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세계 전자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기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1997년 8월 창업한 김 대표는 창업 10개월만인 1998년 6월 세계 최초로 영상을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저장하는 DVR을 출시했다. 이후 영국, 일본, 호주 등 세계 각 국에서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이 제품이 1위를 휩쓸었다.

◇‘선택과 집중’...그리고 R&D

세계적으로 아이디스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호재가 다가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1999년 인프라 구축과정에서 아이디스의 제품이 채택된 것. 당시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회사가 급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고 기술력만 있으면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일반 소비자용 시장이 아닌 산업용 특정분야의 전문인력이 모여 기술개발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스그룹은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한다. 아이디스(143160)의 경우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10%, 카지노 게임기 모니터 전문업체 코텍(052330)도 R&D투자비율이 7~8%에 이른다. 벤처기업 평균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9%,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평균 1.4%·0.8%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투자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운 좋게 큰 위기 없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회사가 주력하던 고가 프리미엄 마켓은 정체되고 중저가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중간 유통딜러에 의해 고전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때부터 판매 전문회사를 설립해 유통단계를 단순화하고 자사 제품의 특징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초기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에서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ODM과 자체 브랜드의 비중은 국내 7대3, 해외 5대5 수준이다. 향후에는 국내외를 합해 4대6의 비율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근 브랜드 제품 비중을 높이면서 영업·마케팅에 대대적인 투자로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며 “앞으로 4~5년은 자체 브랜드 강화를 위한 개발 및 마케팅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달 아이디스그룹 대표는 디지털 저장장치 전문기업 아이디스·카지노 게임기 모니터 전문기업 코텍·ID카드 프린터 전문기업 아이디피 등을 3대 축으로 2020년 그룹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지주회사 체제 도입·M&A로 제2도약 기반 마련

디지털 영상저장장치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아이디스는 2011년 전환점을 맞는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

김 대표는 “소위 잘 나가던 선배 벤처인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의 지속경영을 고민했다”며 “아이디스가 우량기업이었지만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판단해 지주회사 전환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인 아이디스홀딩스는 카지노 모니터 전문업체 코텍(052330)과 폐쇄회로TV(CCTV) 전문기업 에치디프로(214870)를 인수했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곳을 인수하려고 했다”며 “기존 아이디스 사업을 포함해 3개 사업부가 각각 세계적인 강자의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 산업용 멀티미디어 제조업이라는 유사점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텍과 아이디스는 월드클래스300 기업에 선정돼 국가경제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그룹 매출 1조 목표

아이디스그룹의 다음 목표는 2020년 매출 1조원이다.

김 대표는 1조원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중에 삼성·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협력사를 제외하고 완제품 생산기업 중에 연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휴맥스밖에 없다”며 “제조업종의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이 많아야 한국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아이디스는 2017년이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청년기업으로의 진입을 앞둔 김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특정분야의 세계 1위를 목표로 했고 2010년 DVR 시장에서 15%의 점유율로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목표인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보안·산업용 디스플레이·카드프린터 등 3개 사업분야로 영역을 넓혔다”며 “앞으로 각 분야 세계 1등 기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아이디스그룹)
◇김영달 대표는

△1968년 대구 △능인고 △KAIST 전산학 박사 △아이디스 설립(1997)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벤처기업대상 동탑산업훈장(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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