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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들도 존경했지" 신영복 교수 빈소 조문객 발길 줄이어

이성기 기자I 2016.01.17 10:29:51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 등 각계 인사 애도

고(故) 신영복 석좌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 16일 오후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영정 앞에 하얀 국화꽃을 바치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신 교수의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성미가엘 성당에서 학교장으로 엄수된다. [사진=성공회대 제공]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 고(故) 신영복 석좌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성당 건물 외벽 중앙에는 고인의 글씨체로 ‘더불어 숲’이라고 적힌 하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교내 곳곳에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들이 가득했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정 사진 앞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하얀 국화꽃이 수북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노회찬 전 국회의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과의 추억을 더듬었다. 대학생들과 갓난아이를 업은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은 80대 노인 등 일반 추모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고인과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수감됐던 오병철(80)씨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오씨는 1968년 재판을 받고 이송된 대전교도소에서 고인과 2년간 수감생활을 함께 했다. 전주교도소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오씨는 “신 교수가 재소자들의 신망을 많이 받았다. 교도소에 있던 ‘조폭’이나 깡패들도 너나할 것 없이 (고인을)존경했다”며 “전주교도소에서 나올 때 재소자들이 울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고인은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오씨는 “전주교도소 수감 당시 함께 (재소자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국전 등 출품 준비를 했다”며 “지적인 면이나 예술적인 면이나 모두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돌이켰다.

고(故) 신영복 석좌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 외벽에 고인의 글씨체로 ‘더불어 숲’이라고 적힌 하얀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고향 경남 밀양에서 올라온 사촌 형 신모씨는 고인을 ‘끼와 재능’이 많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만화책을 직접 그려 책방에 팔 정도로 글과 그림 재능이 뛰어났다”며 “중학교 운동회 때엔 응원단장을 맡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운동회가 아니라 영복이를 보러 왔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는데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화가 어려우니 듣고만 있으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송한 세월이 많은데….”라며 신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저녁 양권석 신부 주관으로 진행된 추도 예배엔 안철수 의원과 조희연·이재정 교육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성미가엘 성당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열린다. 가수 정태춘씨가 추모곡을 부르고,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조사를 낭독한다.



[동영상=성공회대 미디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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