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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 아낙·늙은 상인…평범함은 위대하다

김인구 기자I 2014.01.10 09:09:18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 전
해방 후 서민삶의 진정성 그려
유화·드로잉 등 주요작 120여점 전시
3월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박수근의 대표작 ‘빨래터’(사진=가나아트센터)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1914년 2월 21일 산 높고 골 깊은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양구공립보통학교에 들어가던 7세부터 그림을 시작해 밀레의 ‘만종’을 보면서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평생 가난과 싸워야 했다.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한 채 독학으로 18세에 조선미술대전에서 입선했다. 이후 1965년 5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거의 해마다 조선미술대전, 또 해방 후엔 국전에 출품하고 입선했다. 한국전쟁, 4·19혁명과 5·16쿠데타 등 현대사의 역사적 소용돌이가 몰아쳐도, 어려서 유방암으로 모친을 잃고 자신은 백내장으로 왼쪽 눈을 실명해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삶과 가족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거칠지만 소박하고 강렬한 마티에르 터치. 비록 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사후에는 이것이 한국 근현대미술의 상징이 됐다. ‘한국 대표화가’ ‘서민의 화가’로 불리는 박수근이다.

가나아트센터가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 전을 연다.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고 타계 49주년이다.

모두 120여점을 선뵌다. 유화 90여점과 수채화와 드로잉 30여점이다. ‘빨래터’(1959)가 가장 유명하다. 위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으나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 2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아기보는 소녀’(1953), ‘노상’(1957), ‘앉아있는 여인’(1963), ‘여인과 소녀들’(1964,) ‘귀로’(1964) 등을 소개했다. 박수근 개인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박수근 ‘앉아있는 여인’(사진=가나아트센터)
박수근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서민적이며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주로 그렸던 것은 시장사람들, 빨래터의 아낙네들, 절구질하는 여인 등 주변의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진정성과 시대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비범했다. 작품 평균크기(호)당 가격이 2억 9000만원을 넘는 이유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박수근은 말년에 이르면서 작품 속에 영원불멸의 정지성 혹은 고착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과장하면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과 같은 느낌”이라며 “그는 그림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 못지않은 인간정신의 고귀성을 표현했다. 뛰어난 지성이나 예리한 감성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면밀히 관찰해서 부동의 형태로 고정시킴으로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수많은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대여했다. 역시 화가로 활동 중인 아들 박성남 화백도 부친의 전시를 함께 준비했다. 작품 보험가 총액만 어림잡아 1000억원이 넘는다. 가나아트센터 측은 “박수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대를 뛰어넘는 그의 예술혼을 되새기는 한편,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 부근에서 전시를 열어 한국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기간 중에는 유홍준 교수와 박성남 화백이 박수근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강연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일반 1만원, 초등학생 6000원. 02-720-1020.

박수근 ‘귀로’(사진=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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