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금수저만 가던 뷔페, 도시락까지 팔게 된 사연은

김무연 기자I 2020.09.12 10:00:00

1980년대, 뷔페 1인 가격 짜장면 값의 30배
2000년 후반부터 빕스 시작으로 가성비 뷔페 등장
코로나로 영업 제한… 도시락, 단품 판매하며 버티기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가게에 ‘손님구함’ 이라고 적힌 문구가 붙어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PC방, 헬스클럽, 노래방 등 영업이 한 달 가까이 제한되면서 업주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금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식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또 하나 유례 없는 불황을 맞이한 업종이 있다. 바로 뷔페다. 뷔페 식당은 지난 8월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때부터 영업에 제한을 받아왔다. 고객들이 음식을 뜨기 위해 오가는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이 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뷔페는 부유층만 가던 고급식당에서 시대를 거듭하며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다양한 모습으로 세분화 됐다. 일부는 주 메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샐러드 바로, 어떤 곳은 해산물 전물 요리전문점으로 변화를 꾀했다. 가성비를 높여 회식 장소로 거듭난 곳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존 노력도 코로나19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뷔페 업계는 도시락 메뉴 개발 등으로 사태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스칸디나비아 클럽(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두피디아)


바이킹의 잔칫상이 프랑스 왕실로

뷔페의 기원은 바이킹의 후예인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풍습이라는 게 정설로 취급된다.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 바이킹들이 해적질로 얻은 노획물들을 다같이 펼쳐놓고 잔치를 벌이며 먹었다는 것이 뷔페의 원형이란 설명이다. 이 어원을 반영해 일본에서는 아직도 뷔페를 ‘바이킹’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현재 즐기는 형태의 뷔페는 18세기 프랑스 왕실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귀족들이 모여 대규모 연회를 할 때 개이녑ㄹ로 자유롭게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대량의 음식을 선조리해 연회장 한 곳에 둔 것을 뷔페의 원형으로 보고 있다. 뷔페란 단어 자체가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만큼 설득력이 높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뷔페가 소개된 것은 한국 전쟁 시기다. 당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삼국의료지원단이 설립한 메디컬 센터(현 국립중앙의료원)에 1958년 설치된 식당인 ‘스칸디나비안 클럽’을 원조로 보고 있다.

전후 한국에서는 지원을 나온 외국인들의 입맛을 맞춰줄만한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지원을 온 병사, 의료진의 국적도 모두 달랐다. 따라서 몇 가지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즐기도록 했다.

빕스 등촌점(사진=CJ푸드빌)


잔칫날만 가던 뷔페, 변화를 거듭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뷔페는 결혼식 등 중요 기념일에나 찾을 법한 고급 식당이었다. 1980년 대 초 짜장면 한 그릇이 350원 정도하던 시절 뷔페 1인 식사 비용은 1만원을 넘어섰다. 지금 시세로 따지자면 뷔페 식사 한 끼에 약 18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1997년대에 접어들면서 호텔 뷔페 뿐 아니라 일반 경양식집에도 뷔페 시스템이 조금씩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빕스(VIPS)였다.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스테이크, 파스타 등 주 메뉴 위주로 소비자를 공략했던 것에 반해 빕스는 샐러드 바에 훈제 연어 등 뷔페 수준의 요리를 제공해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 들어서는 2만~5만원 사이의 가격에 초밥, 회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해산물 뷔페가 큰 인기를 끌었다. 대기업들도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해산물 뷔페 시장에 적극 가담했다. 신세계그룹은 2006년 ‘보노보노’를 설립했고 LF는 2007년 미국계 씨푸드레스토랑 ‘마키노차야’를 사들였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영사 프랙시스캐피탈도 토다이코리아에 지분 투자를 하며 성장성을 높이 샀다.

또 해산물, 육류, 디저트, 샐러드 등 다양한 구색을 갖춘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특정 음시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뷔페도 잇따라 등장했다. 고기뷔페, 한식뷔페, 떡볶이 뷔페, 돈까스 뷔페에서는 1만~2만원 대 가격으로 배부른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다.

마키노차야 도시락(사진=LF)
뷔페, 코로나에 도시락 싸고 직원이 서빙도

그러나 코로나19 앞에선 고가의 호텔 뷔페도, 저렴한 떡볶이 뷔페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완전 조리식을 내놓는 곳이 아닌 떡볶이 뷔페 등은 영업 제한에서 비켜갈 수 있었지만 호텔 뷔페나 해산물 뷔페 등은 모두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뷔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해 총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직접 음식을 나르는 방식으로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 마키노차야는 올해 1월 시작한 뷔페 도시락 배달 서비스에 ‘올인’하고 있다. 마키노차야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4가지의 도시락을 1만3000~1만5000원에 배송 판매하고 있다.

마키노차야 관계자는 “도시락 매출은 월마다 1.5배에서 2배 씩 늘어나는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코로나19로 뷔페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모델인 도시락 사업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브스터 등 고급 해산물을 무제한으로 판매하는 바이킹스워프는 점포 간판에서 뷔페란 글자를 지웠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바이킹스워프는 위험시설이 아닌 랍스터 무제한 일반음식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킹스워프는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직원이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타볼로24는 전면 영업 중단 대신 단품으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더플라자의 뷔페 식당 ‘세븐스퀘어’는 투숙객에 한해 조식을 일품 메뉴로만 제공한다. 점심, 저녁 영업은 하지 않는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의 뷔페 ‘아리아’도 도시락 판매로 보릿고개를 버티고 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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