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환율 3高에…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최정희 기자I 2022.05.01 11:00:00

현대경제硏 "3고 현상때마다 경기둔화"
3고때마다 동행·선행지수 모두 하락했는데 이번에도
봉쇄 조치에 중국發 인플레 확산 우려
연내 한·미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원화 약세) 등 3고(高)에 시달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2022년 하반기 경제 이슈’란 제하의 보고서에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고금리에 이어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 등으로 고환율(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3고 시대’가 재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 연 1.50%로 올렸는데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달 28일 1270원대를 넘어 한 달 새 60원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원화는 4월(1~26일) 1230.2원을 기록, 1월 대비 2.8% 떨어졌다.

현대연은 보고서에서 “3고 현상 지속으로 슬로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올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2000년 이후 3고 현상이 나타난 시점은 2001년, 2008~2009년이었는데 모두 경기 둔화 모습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시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하락했다. 실제로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작년 9월 이후 처음 하락했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째 하락, 동행과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하락했다. 두 시기 모두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 지수가 올랐다는 점도 지금과 유사하다.

보고서는 “고물가, 고금리는 소비 위축과 가계, 기업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에 부정적이고 고환율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고환율은 인플레이션 압력,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고 원자재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경상수지 또한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發) 인플레이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현대연은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봉쇄 조치 등으로 물류 대란이 가중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가 재반등할 우려가 크다”며 “공급망 쇼크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GVC(글로벌 공급망 체계)발 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확산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수입 물가를 상승시킬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4%대 초반에 그쳐 그 자체로 국내 경제 하방리스크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켠에선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연내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최소 0.50%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추가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보고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한미 간 1%포인트의 정책금리 격차가 연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과거 금리 역전이 발생했던 시기에 외국자본 유출이 크지 않았지만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항 경기 하방 리스크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이 금리 역전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이 가능하나 대외 불확실성, 높은 가계부채 수준 등을 고려해 경기 회복을 제약하지 않는 선에서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