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부작용 살펴야

김범준 기자I 2020.08.25 06:00:00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일일이 카드를 꺼내 카드정보를 입력하는 풍경은 이제 흔하지 않다. 대형 플랫폼 내에 미리 입력한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이용해 액티브엑스(ActiveX) 설치 없이도 결제하기 버튼 한번의 클릭으로 쇼핑을 끝낼 수 있다.

간편 결제의 시초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1999년 아마존이 원클릭(1-Click) 서비스 특허권을 취득하며 시작됐다. 이런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아마존은 사용자를 자사 플랫폼에 묶으며 글로벌 전자상거래를 장악했다. 이렇듯 누가 먼저 얼마나 획기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고 고객을 선점 하느냐에 따라 플랫폼 비지니스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대표 온라인 플랫폼이 3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이미 독주 체계를 굳혀가고 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고객 정보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중요한 원천이자 온라인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쌓기 위해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 카카오와 네이버의 비즈니스 전략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은행·증권·보험 등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을 지향하며 독자적 금융 사업을 추진 중인 반면, 네이버는 라이선스 취득 없이 금융회사와의 제휴 라는 명목으로 우회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전 연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발생 가능한 부작용과 또다른 금융소비자의 피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동일 기능-동일 규제’ 적용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 산하 ROFIEG 전문가 그룹은 2019년 12월, ‘공정경쟁의 장(Maintaining a Level Playing Field)’ 조성을 강조하며 빅테크가 금융회사와 다른 별도 규정을 적용 받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함을 강조했다.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A)는 최소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요건 등 엄격한 규제를 받는 금융회사와 달리, 빅테크는 금융안정성과 관련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대형화될수록 금융시스템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 초기에 별다른 규제 없이 빅테크의 금융업을 허용해주고 사후적으로 규제를 마련했다. 글로벌 IT 기업인 알리바바가 설립한 금융자회사 Ant Financial이 전세계 금융시장 시가총액 10위로 무섭게 성장하자 중국 정부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빅테크 규제안을 마련했다. 제3자 지급결제플랫폼의 청산전담기구 NUC(Nets Union Clearing)를 설립해 빅테크와 은행 간 청산 거래를 일원화 해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급결제업자의 지급불능 리스크를 방지하고 있다. 또 알리페이는 지급결제서비스의 충전금을 이용해 단기로 투자하는 MMF 상품의 유동성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고객의 예수금 100%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의 비대칭적인 데이터 공유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데이터 상호주의 모델에 입각해 전자금융업자를 제외한 금융회사에 한정해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예외없이 전 산업의 기업이 보유한 금융 외 데이터를 공유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빅테크에 과도한 정보가 집중돼 핀테크와 빅테크간 서비스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제재해 공정한 경쟁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다.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을 관용하고 시스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금융 사업 확장을 계속 용인해 불확실한 위험이 도래한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경쟁 금융사가 아닌 바로 소비자다. 금융소비자는 빅테크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에 가입할 때 기존 금융사와 동일한 소비자 보호를 받기를 기대하고 이용한다. 그러나 기존 금융사와 금융플랫폼에 적용되는 규제 방식 및 강도가 상이해 이를 인지하기 어렵고 이들의 책임 소재가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책임 회피 우려가 있다. 금융 상품 중개, 대리, 광고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플랫폼만의 특성이 반영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급한 이유다.

금융 규제 완화를 허용하게 된 것은 엄격한 규제에 묶여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사업 모델을 가지고도 금융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핀테크와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규제 완화가 오히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 분야 사업 확장을 허용해 이들의 고속 성장 행진을 돕고 독과점 체계를 더 견고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인지, 네이버와 카카오가 직접적인 혜택을 톡톡히 보며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원점으로 돌아가 핀테크 육성을 위해 필요한 차별적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