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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밟아야 내가 산다"…코스닥 상장사는 지금 전쟁중

이명철 기자I 2016.11.17 07:20:00

휴젤·메디톡스, 균주 논란… 파마리서치도 PDRN 홍역
퍼즐게임, 미르의 전설 등 유명 IP 둘러싸고 업계 갈등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기술력이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코스닥시장 바이오·게임업계에서 핵심기술이나 지적재산권(IP)을 매개로 한 싸움이 치열하다. 경쟁사의 주력제품이 자신의 것을 표절했다며 논쟁을 벌이다 소송전까지 치닫는 등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장사들의 분쟁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보톡스가 뭐길래…바이오업체간 비방전

바이오업계에서는 보톨리눔 독소 균주를 둘러싸고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란 당초 사시 치료를 위해 사용되던 것인데 주사 부위 주름이 없어지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미용 목적으로 사용됐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에서는 메디톡스(086900)휴젤(145020), 대웅제약(069620)만이 보툴리눔 A형 독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세계시장은 미국 앨러간이 만든 ‘보톡스’가 선도하고 있다.

이 독소 균주의 출처를 두고 경쟁사들이 물고 뜯는 비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논쟁이 본격 점화된 것은 9월말 국정감사에서 ‘보톨리눔 독소 1g으로 100만명 이상 살상이 가능한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소수기업 과점인 시장 특성상 신뢰도 하락이라는 치명타를 입을 경우 경쟁사 입장에서는 독과점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비방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앨러간의 보톡스를 기원으로 제품을 개발했다는 메디톡스는 이달 4일 균쥬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경쟁사를 압박하고 있다. 축사(대웅제약)와 부패한 음식물(휴젤)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상대방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며 사실상 균주의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휴젤 등은 법적 조치까지 언급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식약청 승인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인데 근거 없는 음해라는 입장이다. 최근 식약처가 안전·유효성 자료를 제안하고 중재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된 국면이지만 독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커진 상태다.

올 상반기에는 파마리서치프로덕트(214450)가 수입 판매하던 연어 추출 성분 상처치료제인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PDRN)의 제네릭(복제의약품)을 만든 한국BMI와 공방전을 벌였다. 4월 한국BMI가 이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장악하면서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4월 감사원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허가 취소를 청구한 것이다. 그러자 한국BMI는 상대방의 광고가 허위·비방이라며 식약처에 신고하는 등 맞불을 놓으며 갈등을 겪고 있다.

◇유명 IP=실적 공신…비슷한 캐릭터 ‘눈총’

게임업계에서는 IP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법적 다툼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게임 흥행이 실적에 직결되기 때문에 유사 장르·게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카카오(035720)의 경우 지난달 출시한 퍼즐게임 ‘프렌즈팝콘’이 유명 게임인 ‘프렌즈팝’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NHN엔터테인먼트(181710)과 불편한 관계다. 장르가 쓰리매치 퍼즐(퍼즐 3개를 일렬로 맞추는 방식)로 같고 캐릭터도 동일해 저작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기존 흥행작인 프렌즈팝의 아성을 위협해 매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항으로 아직까지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양사는 소셜 플랫폼 기반 게임의 핵심 기능인 ‘친구 API’ 특허를 두고도 법적 분쟁 중이다.

위메이드(112040)액토즈소프트(052790)는 ‘미르의 전설2’ IP와 관련해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위메이드가 중국 게임사(킹넷)에 이 게임 IP를 제공키로 했는데 공동저작권자인 액토즈소포트가 제동을 걸어서다. 한국과 중국에서 소송이 벌어지면서 물고 물리는 양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리니지’ 저작권을 두고 거대 게임사가 다투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최근 상장을 앞둔 넷마블 자회사 이츠게임즈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덴’이 ‘리니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각자의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제휴사인 만큼 갈등이 심화되지는 않겠지만 넷마블 상장 후 벌어질 게임업계 대장주 경쟁의 전초전 아니냐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밥그릇 싸움’에 주가는 뚝…투자 주의보

업계 선도기업들간 분쟁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 각 회사의 주력 제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휴젤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17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음에도 10월 한달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졌다. 먼저 문제를 제기한 메디톡스 주가 역시 지난달 약 10% 급락하는 등 ‘균주 논쟁’이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주가는 한국BMI가 제품을 출시한 4월부터 논란이 본격화된 6월까지 3달간 주가가 20% 가량 하락했다.

중국 규제 등 복합 요인이 있겠지만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또한 하반기 들어 주가 하향곡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쟁 심화가 자칫 공멸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양사 주주 모임은 액토즈소프트 경영진이 주주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고소하는 등 움직임에 나선 상황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IR 담당자는 “아직 국내 바이오·게임시장이 크지 않아 선두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소송 결과 등이 주가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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