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21일 새벽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5회 연속 금리 동결로, 연준은 작년 7월 정책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린 이후 9월, 11월, 12월, 올 2월, 3월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하락 경로가 정체되거나 반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강하고 있으며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PCE 등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울퉁불퉁(bumpy)’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조만간 상당히(fairly soon)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연준 이사들은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4.6%로 제시했다. 이는 3개월 전 예측(4.6%)과 동일한 것으로, 올해 최소 세 차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앞서 시장에선 연준이 두 차례 인하로 전망치를 바꿀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인하폭이 유지된 것이다.
FOMC 위원 19명 중 가장 많은 9명은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을 4.5~4.75%로 예상했다. 최상단인 5.0~5.25%는 2명, 5.25~5.5%는 2명이었다. 나머지 5명은 4.75~5.0%로 봤고, 1명은 최하단인 4.25~4.5%로 전망했다.
다만 연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조정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로 3개월 전(1.4%)에서 대폭 상향했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도 2.4%에서 2.6%로 높였다. 내년과 내후년 연말 정책금리 전망치도 모두 상향됐다. 내년 최종금리는 3.6%에서 3.9%로, 2026년 금리 전망은 2.9%에서 3.1%로 높였다. 장기 금리(longer run)도 2.5%에서 2.6%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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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FOMC 결과에 안도했다. 내년과 내후년 최종금리 전망치가 올라갔지만, 올해 금리인하 폭이 유지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파월 의장 기자회견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모두 1% 안팎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7.5bp, 1.1bp 가량 하락했다.
시장은 오는 6월부터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74.9%로 하루 전(59.2%)보다 확대됐다. 7월 인하 확률 역시 87.3%로 전날(76%)보다 높아졌다.
한국은행도 이번 FOMC 결과로 부담을 덜었다.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5월 수정경제전망 전망치를 보고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결정에는 연준이 5~6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전망 영향이 크다. 연준이 6월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기존 기대처럼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연준 통화정책의 파급력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줄 경우 외환 부문의 부담을 덜어 한은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당시 기자 설명회에서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쉽지 않고, 5월 여건변화를 고려해 하반기 중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의 내년과 내후년 최종금리가 상향되고 장기금리 역시 올라간 것은 한은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 한은도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더디게 가져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