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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케이팝에 빠진 택진이형…엔터사업 광폭 행보

노재웅 기자I 2021.01.06 05:30:00

1세대 게임 개발자 김택진, 엔터로 영토 확장
엔터 자회사 설립 이어 CJ ENM과 MOU
케이팝 IP에 AI 기술 더해 글로벌 공략 가속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우리나라 1세대 게임 개발자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가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에 보이는 관심이 심상치 않다. 단순 투자를 넘어 한류 스타를 ‘리니지’ 게임 속 캐릭터처럼 하나의 IP(지식재산권)로 보고 여기에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설립에 이어 한류 콘텐츠와 관련해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CJ ENM(035760)과 손잡고 연내 합작법인까지 설립하는 등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게임외길 20년, 이제는 엔터로 확장

김택진(53) 엔씨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이찬진 당시 드림위즈 사장과 ‘아래아한글’을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현대전자에서 일하다가 동료 16명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1997년 3월 엔씨를 설립해 20년 넘도록 수장이자 ‘리니지의 아버지’로서 게임 외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리니지M’과 ‘리니지2M’ 연속 흥행을 바탕으로 회사 창립 이후 첫 연매출 2조원 돌파를 확정한 상태다.

다른 게임사들이 성장과 함께 게임 외 사업으로 외연 확장을 하는 동안에도 프로야구단 창단 외에는 별다른 ‘외도’를 하지 않았던 김택진 대표다. 그랬던 그가 작년부터는 케이팝에 푹 빠져 관련 사업을 발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이 신호탄이었다. 김택진 대표는 처음으로 게임 외 사업으로 설립한 자회사 대표라는 중책에 친동생인 김택헌 엔씨 수석부사장(CPO)을 앉혔다. 클렙에 대한 기대와 향후 중요성을 대변하는 인사다. 여기에 다년간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음악 사업을 주도했던 심세란 이사가 합류해 힘을 싣고 있다.

엔씨는 클렙을 통해 조만간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열성팬 조직)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이다. AI(인공지능) 음성 합성, 모션캡처, 캐릭터 스캔 등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한 색다른 즐길 거리가 특징이다.

엔씨가 게임을 만들면서 체득한 캐릭터 제작 기술을 한류 스타에 덧입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강다니엘과 몬스터엑스 등 유명 아이돌이 직접 모션캡쳐와 바디 스캔에 참여, 앱 내 아바타로 구현되는 것이다. 여기에 AI 음성합성 기술 등이 접목돼 유니버스 안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AI로 재창조한 케이팝 콘텐츠를 게임처럼 하나의 세계관에서 선보이는 셈이다.

유니버스는 올초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유니버스를 출시하면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미 사전예약을 통해 한국과 북미, 남미, 유럽, 일본, 동남아 등 186개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케이팝 팬을 끌어 모았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케이팝+AI’로 글로벌 공략

김택진 대표는 케이팝 한류 콘텐츠로 세계를 공략할 유니버스를 키우기 위한 비책으로 CJ ENM과 손을 맞잡았다. 5일 콘텐츠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양사는 연내 합작법인도 설립하기로 했다.

엔씨 관계자는 “별도의 신규 플랫폼 개발이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올초 출시 예정인 유니버스에 CJ ENM의 다양한 IP와 콘텐츠를 협업하는 형태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택진 대표는 아울러 CJ ENM과의 협업을 통해 케이팝 방송 콘텐츠에 자사 AI 역량을 얹는 시도도 한다. AI 음성복원 기술을 사용해 고인이 된 유명 아티스트를 소환하거나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도입, 아이돌 공연을 입체적으로 꾸미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 CJ ENM 음악콘텐츠본부 음악사업부장은 “CJ ENM의 콘텐츠 제작 및 사업 역량과 엔씨의 IT플랫폼 기반 사업 역량을 합쳐,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팝에 AI를 접목해 글로벌을 공략하려는 엔씨의 과감한 시도에는 김 대표의 부인 윤송이(45)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사장)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윤 사장은 KAIST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AI 전문가다. 2011년 엔씨에서 AI 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AI 연구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간 중심 AI 연구소의 자문 위원을 맡으면서 사내 AI 기술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김 대표가 추진하는 여러 AI 확장 사업에 핵심으로 뛰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공연과 캐릭터 사업을 통해서도 아이돌과 연계한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2016년부터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진행하는 ‘피버 뮤직 페스티벌’을 매년 열고,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대신 음원만을 발표했다. 엔씨의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로 아이돌그룹 뉴이스트와 협업해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음원과 뮤직비디오, 굿즈(상품), 웹 예능 등의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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