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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사업에 꽂힌 中企]②펫팸족 1000만 시대…中企, 새 먹거리는 '멍멍이'

강경래 기자I 2017.06.19 06:04:00

중기, 펫산업 잡기 위한 아이템 잇달아 선보여
국내 펫산업 2조원 추정, 美·中 비해 아직 성장 여력 충분
CJ 등 대기업도 펫산업 진입하는 등 변수 있어

반려동물들 사진. 사진=Alchetron
[이데일리 강경래 채상우 기자]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최근 1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들이 신성장동력으로 반려동물산업, 이른바 ‘펫산업’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신일산업(배변훈련기)과 위닉스(공기청정기), 모나미(쇼핑몰), 스타콜라보(의류) 등이 그 사례다.

이들 중기는 국내에서 매년 두 자릿수 증가가 예상되는 펫산업에 진입, 관련 시장을 주도해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사료 등 일부 분야는 이미 국내 대기업과 해외 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등 중기가 진입하는데 일부 진입장벽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15일 농협경제연구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산업은 지난 2012년 9000억원 수준에서 불과 3년 만인 2015년에 두 배에 가까운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어 지난해 2조2900억원 규모로 확대된 국내 펫산업은 오는 2020년에는 5조81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농협경제연구소
◇‘펫팸족’ 1000만명 시대, 중기 신성장동력으로 펫산업 ‘주목’

국내에서 펫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로 가족 해체와 핵가족화, 노령인구 증가 등이 꼽힌다. 1,2인 가구 및 노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까지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렇듯 국내 펫산업은 1,2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인 이슈와 함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가구의 형태가 작아지면서 종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반려동물은 그런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며 “여기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펫산업은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중기가 펫산업에 진입해 승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펫산업이 각국에서 주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범위 역시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새, 물고기, 포유류, 파충류 등 다양한 종류로 확대되는 추세다. 펫산업 시장은 세계 1위인 미국이 연간 68조원에 달한다. 펫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도 16조원 규모다. 국내 펫산업이 이제 갓 2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성장성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이렇듯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펫산업과 관련, 가전과 정보기술(IT), 생활용품 등 각 분야 중기들이 차별화된 아이템을 앞세워 잇달아 진입하고 있다. 특히 IT분야에서는 펫팸족을 겨냥해 양방향 TV서비스와 반려동물 전용 만보계, 위치추적기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관련된 특허 출원은 2009년 68건에서 2015년 265건으로 4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188건)보다 26% 증가한 237건이 출원됐다.

◇가전과 IT, 생활용품 등 중기, 일부 대기업·해외 업체와의 경쟁 ‘변수’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사료와 유통 등 주요 펫산업을 대기업과 해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어, 중기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펫산업 중 일부분에 국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사료시장은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네슬레 등 해외 업체 비중이 70%에 달하며 나머지 30% 역시 CJ와 풀무원 등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KGC인삼공사와 빙그레, 동원F&B 등 대기업도 사료사업 진입을 시도하면서 사료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농협경제연구소
업계 관계자는 “요즘 사료 소비패턴을 보면 가격만 따졌던 과거와 달리 반려견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성분은 무엇이고 칼로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며 “그만큼 소비자들이 브랜드 신뢰도를 많이 보기 때문에 중기보다는 해외 업체 및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유통사업 역시 신세계나 롯데와 같은 기존 유통 공룡들이 장악하고 있다. 신세계는 2010년 이마트에 반려동물 용품 유통을 위한 ‘몰리스’를 마련,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롯데가 2012년부터 롯데마트에 ‘펫가든’을 운영 중이다. 롯데닷컴 역시 올해 반려용품 유통업 전문코너인 ‘디어펫 마트’를 만들었다.

IT 기술을 이용한 반려동물 용품이나 의료기기에도 대기업이 쏙쏙 진입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반려용품을 위한 자동급식기인 ‘펫스테이션’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올 2월 혈액으로 동물의 대사질환 등 13개 항목을 검사하는 진단기기를 미국에 출시했다. 삼성은 면역검사장비와 초음파진단기기 등 동물용 의료진단기기를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기가 펫산업에 진입할 경우, 대기업 및 해외 업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블루오션’ 분야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펫산업의 성장세를 볼 때 여전히 중기가 진입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박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용품 종류와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으며, 여기에 국내 펫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점을 감안할 때 중기가 맡을 수 있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며 “예컨데 반려동물 전용의상과 장난감, 숙박시설 등을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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